으르신 제빵소

으르신, 제빵을 결심하다

by 고목나무와 매미

60년 쥐띠. 우리 집에는 올해로 갓 63세(한국 나이)가 되신 으르신(*'어르신'의 충청도 방언)이 한 분 계시다. 왜 아부지(*'아버지'의 충청도 방언)가 으르신으로 불리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2021년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떤 나이대에 어떤 종류의 백신을 접종할지를 정부차원에서 논의할 때였다. 연령별로 접종할 백신이 정해지고 난 후 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60세 이상 어르신들께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백신 접종을 위해 미리 사전예약을 하시길 바랍니다." 당시 환갑을 맞이하신 우리 아부지는 뉴스의 기준에 따라 우리 집 공식 으르신이 되었다.



우리 집 으르신은 자녀 둘이 모두 취직을 하자 2020년 2월, 3n년 동안 몸 담으셨던 교직을 떠나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퇴직을 하시자마자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중국으로 오셔서 함께 여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19라는 전무후무한 역병 창궐로 아부지와의 중국 여행은 좌절되었다. 아부지는 2020년을 매우 어렵게 보내셨다. 그림도 그리고 자전거 캠핑도 가셨지만 돈을 버는 일처럼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지치셨고 1년 사이에 4kg이나 빠지셨다. 옆에서 봤을 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계신 것처럼 보였지만 당신의 생각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계속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하셨다.



한편, 으르신이 퇴직하심과 동시에 우리 집 식탁에는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 바로 아침 메뉴가 밥이 아닌 빵으로 바뀐 것이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라고 했던가. 으르신이 직장을 다니실 때에는 으르신의 취향에 맞추어 한식으로 제공되던 아침 메뉴가 빵으로 바뀐 것이다. 자연히 으르신은 다양한 식빵을 아침으로 드시게 되었고 평소 가지고 계시던 주변 사물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이 빵으로 옮겨갔다. 아침을 먹을 때마다 "그래서 요즘 식빵은 얼마씩 혀?"라고 물어보셨고 "식빵 보통 4000~6000원 하지."라고 대답했다. 식빵 가격을 들으신 으르신은 아침뿐만 아니라 빵을 먹을 때마다 "우리나라가 빵값이 제일 비싸댜"를 무한 반복하시기 시작했다. 그리던 2021년 어느 날, 으르신은 선언 하셨다.



"내가 직접 빵을 만들어야겠구먼~"



이렇게 천연발효종, 건강빵 전문 '으르신 제빵소'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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