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어서와 아가, 세상은 처음이지?

그런데, 나도 엄마가 처음이야.

by 어머나

회복실로 옮겨졌다가 병동으로 내려왔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출혈이 있어서 수술도 회복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단다. 병동에 돌아오니 그제야 찢겨진 배가 오롯이 아프다. 진통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도 아프다. 마취가 풀리면서 다리 감각이 살아나자 소변줄의 불편함도 생생해진다. 혹자는 말했다.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라고.


의학적 소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지만 같은 날 분만했는데 벌써 몸을 일으켜 걷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자연분만 산모를 보니 부럽고 지난 선택이 조금 아쉬워진다.


그 밤은 길고 또 많이 아팠다. 간호사 선생님이 울혈이 생기면 안된다고 받는 이의 입장에서 무자비하게 배를 누르셨다. 그리고 되도록 열심히 걸으라고 조언해주셨다. 아이가 있는 신생아 병동은 중문을 지나 병동에서 꽤 걸어야 했다. 보통 걸음이라면 가깝다 했겠지만 배를 꼬멘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상태로는 한 걸음이 천길 만길이었다.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더라

그래도 열심히 아이를 보러 갔다. 아직 빨갛고 작은 아기도 열심히 세상에 적응 중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신생아실 선생님이 수유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게 나의 첫 엄마 노릇이었다. 나는 아이를 나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결단코 아니더라. 팔뚝만한 아이를 젖가슴에 대어도 눈도 제대로 못뜬 아이는 젖을 찾지 못하고 물지도 못했다. 그 난감함이란. 출산한 세 엄마 중에 이틀 차에 한 엄마만 초유 수유에 성공을 했다. 서른 아홉이나 먹은 엄마인 나는 무지하고 서툴렀다.


이틀 동안 열심히 수유를 시도했고, 감격적인 첫 수유의 성공에 대한 기쁨도 잠시. 퇴원하기 전 날, 언니가 아이를 보러왔다. 언니와 신생아실로 면회를 왔는데 창가 앞에 있던 아이가 없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안고 오는데, 아이의 두 눈에 테이프가 붙여 있다. 간호사 선생님이 황달 수치가 높아서 치료중이라 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아기가 난지. 내가 아긴지

신생아들에게는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말에도 속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언니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안하고 서글펐다. 아이가 나인지 내가 아인지 분간이 안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는 그 후로도 1년여를 추적 관찰했다. 황달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피 검사를 했다. 가느다란 팔에서 혈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피를 짜내는데 속절이 없다. 아이는 울다 지쳐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그 과정을 매 달 치뤄내야 했다.

1년이 지나도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은 원인 불명, 모유에 의한 황달로 추정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아이의 눈빛과 발바닥이 노랗게 변했다는데, 나는 신생아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이의 상태가 황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잘 알 수 없으니 불안이 높아졌다.


그저 바라고 또 바랐다. 건강하기를.

임신 중에 겪었던 다운증후군 검사를 기다리면서도 나는 바라고 바랐다. 그거면 충분하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에브리 띵 이스 오케이다.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그저 건강하게 있기만 해다오.

간절히 바랐던 그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잊지 말자. 아이가 기껏 만든 이유식을 엎지르는 순간. 동네 방네 엄마 미워를 외치는 순간.

자기가 하겠다며 드러누워 떼를 쓰는 모든 순간에도.

아이는 제 몫을 충분히 잘 해나가고 있음을 노여워 하지 말지어다.


조리원으로 떠나는 날,

엄마와 아빠가 나와 아이를 데리러 왔는데, 나는 엄마 아빠한테 마저도 아이를 맡기지 않았다. 배가 당기고 몸이 좋지 않았지만 기어코 아이를 내가 안겠다 고집을 부렸다. 엄마 아빠가 억지로 아이를 안으려 했다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날의 나는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가 뱃속에서 나왔지만 마음에는 여전히 내 아이가 가득차있던 그 한 주가 지나고,

허전함과 우울함 그리고 불안함, 삼중고의 산후 우울증의 시절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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