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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Apr 25. 2023

5_피프티 피플 노트 프로젝트

-나만의 문체 만들기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 속에서 문장을 찾는다.


 글을 쓰는 동안 겪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초보로서 겪고 느낀 일들을 하나하나 써나가려 했다. 그렇게 체험한 일을 글로 써보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표현을 한다는 것,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

 그래도 써야 한다. 그렇게 다음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난 2주간 책만 읽으며 지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려 책을 골랐다.
책은 마지막 수단이 되었다.

책 속 단어들을 이리저리 혼합해 보았다. 책을 읽으며 쓸만한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랐다. 하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연신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2주일을 지나왔다. 만약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썼더라면 쓰다 말고 찢어 내팽개쳐 버린 종이들이 가득했겠지. 쓰다만 종이를 내던지기를 반복하다가 노희경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쓸까. 급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훑어 내려갔다.

노희경작가는 글을 쓸 때 그곳에 머물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취재한다고 했다.

 제주에 몇 달간 머물며 "우리들의 블루스"를 쓰기도 하고,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는 분들을 취재해서 "디어마이프렌즈"를 썼다고 했다.

작품을 쓰기 위해 취재가 1년이면 대본 쓰는 데 1년,
시간이 비슷하게 걸린다고 했다.

단순히 쓰는 행위를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제대로 된 자료 수집을 위해 먼저 애쓴다고 했다.

“어떤 관계, 어떤 마음을 궁금해하는 탐구심이 있어요. 우리는 왜 상처받고 어떻게 그 상처를 이겨내는지, 우리는 어떤 순간에 행복하고 어떤 순간에 절망하는지. 그렇게 탐구하다 보면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탐구심을 가지고 제대로 바라보려 애쓰다 보면 명징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사람들 속에 머무른다고 했다. 그의 작업 현장은  사람들 마음속인 것이다. 느끼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장시간 머무르는 것이 그의 글쓰기 방법인 것이다. 역시 정답은 현장에 있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느끼는 작업은 하지 않은 채로 글을 완성하는 데만 몰두했던 나를 되돌아본다. 나에게는 그렇게 시작된 작업 노트가 있다.  

일명 '피프티 피플 노트' 프로젝트다.

 작성법은 단순하다. 주변사람들을 관찰하거나 그들과 대화하며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단 주제어는 특정인물, 그 사람이다. 그리고 혼잣말하듯이 써 내려가면 되고, 분량은 A4 한 장을 채우도록 한다. 쓸 말이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목표 분량을 채우려 애써 써내려 가다 보면 여물어가는 생각들이 있기 마련이다.  주변인들과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기에 글감의 자료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의문이나 느낌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기분이 상한 날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기도 하고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잊지 않으려 쓰는 사건 일지가 되고, 어느 날은 감사일기가 되기도 한다.   '피프티 피플 노트'를 쓰며 매번 느낀다. 오늘 느낀 사소한 감정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나의 감정을 읽으려 애쓰고 기록하는 훈련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름으로 작성된 파일명이 하나하나 쌓여 피프티피플을 완성해 간다.


어떤 물질이든 그 물질 고유의 분광학적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에서 무려 6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금성대기의 화학 조성도 여기 지구에 그대로 앉아서 식별할 수 있다.
_코스모스/ 칼세이건

누구나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잘 쓰려는 마음은 비교하는 마음이다. 비교하는 마음을 가지다 보면 지치는 시간이 빠르게 다가온다. 평가는 내려놓고 즐기자.

잘 써야지 하기보다는 왜 이렇게 썼을까를 생각한다.

자신의 문체는 영감을 기다리기보다는 탐구와 깊은 사고, 자기 고유성의 인식과 인정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체는 자신의 생각이 무르익을 때까지 써보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나의 답을 찾는 것이다.

바로 지금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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