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용수 : 졸시 중에 숲에서는 생각을 버리고 언어를 내려놓아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간절할 때는 한 번쯤 우두커니 가 되어야 한다/그래야 침묵이 길을 안내 한다. 라고 하는 시가 있습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숲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생명이 있습니다. 그 자리가 탯자리이더군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나무가 커가는 모습도 보고, 새들의 소리도 매번 달라집니다. 경계하는 소리, 새끼를 기르는 소리, 새들이 뒤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새들의 소리가 어느 날부터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새끼를 품거나 부화를 위해 온몸으로 버티는 기간입니다. 이런 기간에는 산을 깨우지 말고 가만히 다녀와야 합니다. 새들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경계하지 않습니다.
◇ 스님 : 새벽 예불을 마치고 산길을 자주 걷습니다. 봄날 아침에 걷는 산길은 뭔가 꿈틀거릴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푸석푸석한 흙을 매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사월이 되면 비탈면 흙들이 부서지면서 흙냄새가 향기롭습니다. ‘흙냄새가 향기롭다니’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흙냄새를 자주 맡아보면 알게 됩니다. 비 오는 여름날 새벽, 산길을 걷다 보면 풀 냄새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장관입니다. 특히 풀 냄새가 코끝을 자극할 때면 서운한 감정이나 잘 풀리지 않는 묵은 감정들이 꼭 풀릴 것만 같은 삽상颯爽한 마음이 듭니다.
숲은 고요함 속에 질서가 있습니다. 풀과 나무도 자기만의 특성이 있어서 냄새도 다르고, 절대로 남의 영역으로 가지를 뻗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만의 법칙입니다. 키 큰 나무 아래에서는 작은 나무가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지에는 음지 식물이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봄날 산길을 걷다 보면 노란 생강나무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꽃을 보려고 몇 날 며칠 나뭇가지를 바라보곤 하지요. 꽃이 그냥 피겠습니까? 모진 추위를 이겨낸 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서 자신 속살을 보여주겠지요. 산길에서 야생화와 마주할 때 한 번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