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정겹다. 새소리조차 멈춘 지리산 벽소령 삼정마을에서 눈을 뜬다. 실눈을 뜨고 유리창 밖을 바라보니 희끄무레하게 동이 터 오고 있다.
어제 초저녁에 장작 몇 토막을 아궁이에 밀어 넣고 잠을 잤다. 아침까지 뜨뜻함에 뭉그적거리는 사이 새벽이 슬금슬금 열리고 있다. 벽소령 촌부는 오늘도 헌식대에 밥 한 그릇과 사과 반 조각과 물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 놓고 돌아섰다. 그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일찍 일어난 몇 마리의 새가 조용히 헌식대에서 배를 채우고 돌아섰다. 조금 늦게 일어난 새들이 요란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찾아왔다. 그리고 다람쥐가 먹고 갔다. 아직도 헌식대에는 음식이 남아 있다. 촌부는 말한다. 헌식대에 놓아둔 음식을 먼저 온 동물들이 모두 먹어버리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적은 양을 놓아두어도 절대로 다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헌식대에 음식을 놓을 때는 아내가 부부의 밥을 담고 난 다음 헌식대에 놓을 음식을 그릇에 담습니다.” 그리고 먹고 돌아서는 동물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한 식구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오래전 국무총리를 역임하신 분께서 그 방에서 며칠간 머물다 가셨는데 한번은 전화가 왔습니다. “헌식대에 모여드는 새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라고 하시더라구요. 머무실 때 헌식대를 찾아오는 새들의 모습을 그렇게 좋아하셨거든요. 그렇습니다. 오늘 작은 나눔이 생명을 살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삶터에 우리가 비집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동물과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