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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수 Oct 14. 2024

산국 타는 냄새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이 다릅니다. 바람은 서늘해졌습니다. 가을 타는 나뭇잎을 바라봅니다. 조잘거리던 새들의 소리가 멈춘 것을 보니 계절의 변화를 감지한 듯 보입니다. 아침 커피를 들고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햇살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무더운 기운이 빠진 뭉근한 가을 햇살입니다. 창문을 열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푸른 가을 하늘이 쑤 욱 들어온 듯 상쾌합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립니다. 

자주 다니던 조그마한 사찰 스님 전화입니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노란 산국이 피었습니다. 다녀가세요.”    

  아침 산책길에서 노란 산국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전화했답니다.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산국(개국화)은 꽃잎은 조그마해도 향기가 강합니다. 감국(황국)과 산국을 잘 구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오백 원 동전 크기만 하면 감국이고, 백 원 정도면 산국이라고 합니다. 감국은 꽃잎이 크고, 향기는 달콤합니다. 산국은 꽃잎이 작고 알싸한 향이 있습니다. 향이 코끝을 스치기라도 하면 몸이 전율합니다.  

   

“스님, 다음 주에 차 동냥하러 가겠습니다.”   

  

스님의 웃음소리와 아침을 함께 합니다. 산국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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