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용수 :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데 가끔 보고 있으면 방송내용이 온통 권력의 시대입니다. 스님께서도 정치판의 소리는 들어 보셨는지요. 권력을 향해서 불나비처럼 날아드는 염량세태炎涼世態의 시대입니다. 스님, 세상 이야기는 듣고 계시는지요. 역사 이래 참모가 권력을 휘둘러 성공한 권력자가 있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참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완수할 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 스님 : 참모 또는 책사 하면 떠오르는 역사적 인물이 몇 분 있지요? 유방의 ‘장자방 장량’과 세조를 도와 정란에 성공한 ‘한명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천하를 얻는데 일조한 책사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명회’는 결국 부관참시당하는 비극을 겪었고, ‘장량’은 천명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장량’을 ‘장자방’으로 불립니다. 장량에 대해서 ‘사마천’은 <사기>에 기록했습니다.
‘장량’이 산책 도중 일면식도 없는 허름한 노인장이 신발 한 짝을 다리 아래로 던져놓고 ‘장량’에게 턱으로 가리키며 주워오라고 한 사건이 ‘장량’이 역사에 등장하게 되고, 참모의 대명사가 됩니다. ‘장량’은 노인장을 만난 후 10여 년이 지나, 우연히 ‘유방’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장량’은 ‘유방’을 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장량’은 신출귀몰한 계책을 꾸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책사가 아닙니다.
‘장량’의 계략에는 오직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의 전략은 시종일관 민심의 동향을 살폈고 민심을 얻고자 했습니다. 전쟁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판세를 보았습니다. ‘유방’은‘장량’의 말에 귀 기울였고 천하를 얻습니다.
그리고 ‘유방’이 천하를 얻었을 때 ‘장량’은 자신을 알았습니다.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장량’은 천하를 제패한 공을 인정받아 3만 호를 마음대로 택하라고 했을 때 사양했다고 합니다. 다만, ‘유방’을 처음 만났던 땅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장량’은 욕심을 부리면 자신에게 불어 닥칠 불행한 삶을 알았겠지요. 산시성 류바현에 가면 장량의 사당 현판 편액에 “공을 이루고 물러나다.(功成身退)”라고 쓰여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쪽 바위에 “성공불거成功不居와 “지지知止”라는 글이 새겨져 있답니다. 끊임없이 돋아나는 탐욕을 경계하는 말로 물러남과 멈춤의 지혜를 ‘장량’은 오늘도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