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을 쪼갤 게 아니라, 초집중자가 되자
나에게 시간관리 3대장 책을 소개하라고 하면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웬디 우드의 <해빗>, 그리고 니르 이얄의 <초집중>을 들고 싶다. 왜 습관과 집중력에 대한 책들인데 시간관리냐 물으신다면, 루틴과 몰입이야 말로 우리의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아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잠을 줄이고 강행군을 펼친다고 그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없다. 잠을 줄이거나 빡빡한 스케줄을 세우기 전에 우리는 먼저 '딴짓과 본짓'의 정의부터 알아 두어야 한다.
딴짓(distraction) :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하는 행동
본짓 (traction):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게 하는 행동
우리는 흔히, 딴짓의 원인을 스마트폰 '탓'으로 돌린다. 전자기기, 자극적인 콘텐츠, 그리고 우리의 신경을 빼앗는 SNS 때문에 자꾸 몰입을 방해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나'는 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아님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초집중>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딴짓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 계기를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중요한 본짓, 삶에서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를 제대로 세워보자. 그래야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 요소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아니 낭비라고 깨닫지 못할 정도로 도피하고 있는 일들이 뭔지 그제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삶에 도달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에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부 계기로 인해 우리는 그 선택의 기준을 세워두지 않고 되는 대로 닥치는 일을 해치우기 바쁘다.
올바른 목표를 선택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집중을 통해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할 수 있다. - <존 도어의 OKR > p. 101
집중을 해야지만 제대로 된 선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내부 계기를 파악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본 짓을 할 시간을 확보했다면, 그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초집중>에서 말하는 삶에 적용해볼 만한 여러 좋은 방법들 중, 여기서는 3가지만 이야기해보자 한다.
일정표를 만들고 검토를 할 때는 엄격한 훈련소 교관이 아니라 호기심 많은 과학자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야 매번 열린 마음으로 더 좋은 일정표를 만들 수 있다. -p.82 <초집중> 중에서
하지만 우리는 시간관리를 할 때 자신에게 엄격한 교관처럼 대한다. 실패하면 절대 안 된다는 으름장을 놓고 자신을 채찍질하듯 말이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과학자는 다르다. 뭔가 잘 안 풀리고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지를 고민해본다. 실패하면 자책하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어제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게 수정 보완을 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초집중자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아이를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른이 되었더라도 내면의 어린아이를 대하듯 스스로를 대해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하듯, 스스로에게도 자율성을 주는 게 중요하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충분치 않을 때, 아이는 딴짓에서 심리적 영양소를 찾으려고 한다. - <초집중> p. 233
아이의 경우에만 위의 얘기가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선택권이 없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딴짓에서 심리적 위안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수많은 어른들이 힐링을 찾고 휴식을 찾는 이유는, 자율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반발심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야에서 불필요한 외부 계기를 없애면 작업 환경과 정신에 여백이 생겨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 p.153 <초집중>
사실 실천하기 가장 쉬운 방법인데 나도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신없이 바쁘다 보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기 쉽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요소들이 나를 더욱 집중할 수 없게끔 만든다. 책상 정리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 정리, 노트북 바탕화면, 인터넷 브라우저 탭 등 미니멀로 정리해나가야 초집중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요새 모든 사람들에게 '리더가 되어보기'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정체성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하기 때문에 자기 인식을 토대로 선택을 내린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말하는 건 계약을 공고히 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타인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행위는 가르치는 사람의 동기와 열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에게 배울 때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본인의 행동을 바꾸려는 동기가 더 강하게 유발된다는 결과가 일관성 있게 나왔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타인을 가르칠 때 미래의 행동을 바꾸는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실수를 고백할 때 우리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할 수 있다고 썼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우리는 타인이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도와주는 것으로 이전의 나와 다른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 <초집중> p. 193
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지 못하면서도 <언어 씹어먹기>라는 언어 공부 습관 형성 환경을 만든 것도 그 이유다. (내가 언어 씹어먹기를 만든 계기 참고) 누군가를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환경 설정을 하고, 그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페이스메이커로 성장하는 것, 그러다 보니 그 활동들이 내가 되고 싶은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초집중을 읽으면서 동시에 읽었던 존 도어의 OKR 속 내용이 자꾸 생각이 났다.
92%의 사람들이 주변 동료가 자신의 업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목표 달성에 대한 동기를 더 많이 부여받는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조언이나 수정 사항을 공식적으로 제시한다. 모든 구성원은 다른 사람의 OKR에 간섭할 권한을 가지며 목표 설정 과정에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저는 이러저러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때,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투명함은 협력의 씨앗이다.(...) 다른 동료는 언제 그를 도와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조언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p.126 <존 도어의 OKR>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낸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두뇌와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리더가 호기심 많은 사람의 본을 보이고 질문을 많이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고 신뢰를 높여나간다면 업무의 투명성 역시 가능하다. 이렇게 협력과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일에 대한 집중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투명성이야 말로 효과적인 OKR을 실행할 수 있는 기초라고 볼 수 있다. OKR 적용에 실패한 경우는 투명성에서 무너지고, 그 결과 자신의 업무와 조직의 전망이 조화를 이루는 정렬(alighnment) 작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갈 때 자신의 업무가 조직의 전망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바로 정렬 alignment이라고 부른다.(...) 정렬이 효과적으로 이뤄진 기업이 좋은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두배나 높다. p. 128 <존 도어의 OKR>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경우를 살펴보면, 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성과를 냈을 때다. 몰입 없이 그러한 성과를 달성하기를 바라기만 해서는 안된다. 내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집중할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게 하는 행동인 '본짓'이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몰입의 세계로 들어가 초집중자가 된다면 시간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참고 도서 : 니르 이얄 <초집중>, 존 도어의 <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