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부터 업무 수행 가능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업무 수행 가능합니다.」
내 자기소개서 자유항목 중 첫 소제목 부분이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학원 강의와 직업군인 생활을 통해,
행정업무를 전반적으로 할 수 있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공공기관에 지원했기에 좋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독이었을까?
정말 말 그대로, 입사 이튿날부터, 주무업무가 배정이 되었다.
입사 이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는 내가 채용될 보직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배정이 되었다.
이는,
사수인 선배가 얼른 사람 안 뽑아주면,
본인은 도저히 못해 먹겠다고,
소위 깽판을 쳐서 내가 배정이 됐다나...
그렇게 내가 온 뒤로 상당수의 많은 일을 던져 받게 되었고,
본인은 개인 취미활동을 그렇게나 열심히 했더랬다.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이었기에,
신입사원 입사교육 같은 프로그램은 전무했고,
나는 말 그대로 곧장 실무에 투입되어 일을 쳐내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만일 신규 입사자 교육이 있는 조직에 갔더라면,
지금의 내 삶이 달라졌을까?
이후 이직에서도 교육, 인수인계 등은 전무하게 일을 헤쳐왔고,
그로 인해 너무 빨리 지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매일의 야근과 주말 출근과 막차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퇴근하고 얼마 잠을 자지도 못한 채 또 일어나 출근하는
입사 이후 첫 한 달의 생활에 나는 대학교 1-2학년 시절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너무 두려웠다.
또 절벽으로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곧장 회사 인근에 월세방을 구했다.
그럼에도 야근이나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참 서글펐다.
그렇게 나는 계속 곪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