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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큐큐큐 Apr 01. 2024

큰 병원 가보셔야겠는데요?

공황장애의 시작

큰 병원 가보셔야겠는데요?



어느 날 불현듯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길을 걷다 갑자기 무릎에 힘이 ‘탁’ 하고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마치, 버스 손잡이를 잡고 졸다가 무릎에 힘이 풀리는 것처럼.

그리고 걷는 중에는 계속 머리가 땅으로 쏟아질 것만 같이 몸이 기울며,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나는 곧장 근처에 있는 신경과를 방문했고 약을 처방받았으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첫 검진 결과



주변 사람들은 이석증을 의심하며, 이비인후과 검진을 추천했다. 

그렇게 방문한 이비인후과에서는 이석증 진단을 위해 ‘안구추적검사’를 시도하였으나,

이 또한 역시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문득, “음... 큰 병원 가보셔야겠는데요?”라고 조심스레 건넨 말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큰 병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안구추적검사 결과 및 상급병원 진료의뢰



그렇게 나는 각각의 진료 의뢰서 2부를 손에 들고, 

3차 병원인 대학병원의 신경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과 이런저런 문진과 상담, CT 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했다. 

역시나 특이소견 없이 결론은 ‘스트레스에 의한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항불안제를 2달치 처방을 받게 되었다.


항불안제 처방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과정에서 업무과중과 체중증가, 

그리고 조직문화, 사수와의 관계 등에 대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이에,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계속 일하다가는 뭔 일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성싶어, 

이직을 결심했고, 사립초등학교 행정실 행정직원 채용에 지원했다.


그러고는 병원 진료 및 안정을 핑계로 연차를 열흘간 냈다. 병가로도 낼 수 있었는데, 

이런 일로 왠지 책잡히기 싫었던 마음이 컸다. 


그렇게 쉬는 중에 지원했던 서류가 합격했고, 면접일정이 잡혔다. 

나는 회사에서 의지했던 행정직 선배, 같은 실, 타 팀 팀장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고는 퇴사 통보도 함께.


당시, SNS에 일기를 썼더랬다.

내 퇴사 결정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 주고,
속된 말로 팬티 벗고 매달려 줘서,
또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남게 됐다. 

물론, 퇴사 통보 이후, 20시간도 채 안 걸린 시간 사이에 내 보직 인사이동 발령이 났거니와, 
믿고 따르는 선배인 타 팀장님과 실장님께서 물, 불 안 가리고 밀어붙여줘서 이뤄낸 결과랄까... 
참, 1년 4개월 동안 회사 생활 잘해 왔다는 격려를 들으며... 

아직, 타 직장 최종 면접이 다음 주 화요일로 예정이 되어있고, 성실히 치를 예정이나, 
내게 보여준 조직의 짧은 찰나의 정성과 열정들은 충분히 임팩트 있었다. 

하지만, 난 주어진 기회에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 통보했고, 
진작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 줄 거라면, 
연초부터 보냈던 내 신호, 시그널들을 그렇게 묵살시키고 
방관해 왔던 것들의 그들의 반성과 소 잃게 생겼으니
외양간 얼른 고치기 전에 일단 목줄부터 말뚝 박는 모습은 또 다른 실망은 안겨 주었다. 

결과가 어찌 되든, 난 누군가을 잃고 얻었기에, 
이제는 조금은 나를 위해 가슴에 칼 품고 쓴소리하며 살아도 되지 않나 생각케 되었고, 
내가 능력이 이 만큼 되니, ‘나 붙잡으려거든 나한테 잘 보여’라는 조그만 충격도 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이, 기관이, 직렬이 성숙해질 수 있는 과도기적 계기가 되었음에
또 자부심 갖게 되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역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실장님과 타 팀장님이 적극 나서주셔서 

행정실로 보직변경을 해주셨고, 많은 편의를 신경 써주셨다.


그 차주에 확정된 사실이지만 

나는 사립초등학교 행정직에 합격하였으나, 

결국 포기하고 이곳에 남기로 했다.


늘 내 선택에 책임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을 때, 변곡점, 전환점들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전역을 하지 않고, 장기복무를 했더라면, 

졸업여행을 포기하고, 은행 필기시험을 치렀더라면, 

사립초등학교 합격에 이직을 했더라면 등등


아무튼 나는 행정실 재무팀으로 부서이동을 했고,

곧장 PT 30회권 결제, 

나 자신을 최우선적으로 돌보기에 최선을 다했다. 


이것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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