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원주민들이 '죽은 자의 땅'이라 이름 붙인,
일 년에 비가 채 1mm도 내리지 않는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공간.
아타카마 사막 북서쪽 어딘가에는
42년 동안 단 한 방울의 비도 머금어 보지 못한 모래들이 모여 산다.
바로 거기, 웅크린 채 누군가 잠들어 있었다.
까끌함과 마른 냄새만이 감각의 전부라 믿은 채.
어느 날 길고 긴 잠을 깨운 건 비가 아닌,
한 방울 너의 호명(呼名).
갈라진 피부 틈 사이사이로 들어간 사랑의 씨앗은
일곱 색깔 꽃으로 피어나 그를 움트게 했다.
이제, 아타카마 사막 북서쪽 어딘가에는
휘파람에도 바스라지는 모래를 뚫고 올라 혼자 생명을 맺은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