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미간 근육이 발달되어 조금만 집중하면 11자로 미간이 올라가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생긴 대로 살까 하다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관계로,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맞기로 했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집 근처 새로 오픈한 피부과를 찾았다. 오픈 이벤트로 저렴하게 해 준다는 SNS 광고를 접하고 홀린 듯 방문한 곳이었다.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병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5명의 간호사분들이 쉴 새 없이 소통하며 딱딱 분업하는 모습이 마치 체계가 잘 잡힌 군대가 연상되었다.
시술 전문 피부과라 그런지, 상담 실장님을 먼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미간 주름 때문에 보톡스를 맞고 싶다고 하자 얼굴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사각턱 보톡스까지 권했다. 이벤트 가라 함께하면 더 저렴해진다는 미끼를 별생각 없이 덥석 물었다.
상담실 밖을 나가 10분 정도 기다린 후 시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보톡스의 효능과 주의사항을 설명하신 후 미간 여기저기 주사를 꽂아 보톡스를 주입했다.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때마다 욱신하긴 했지만, 이 정도야 뭐 참을만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입을 앙다물어 보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초등학생처럼 잘 따르자, 튀어나온 근육을 만지시더니 양쪽 턱에 세방 씩 주사가 들어갔다. 그런데, 미간과는 차원이 달리 아팠다.
움찔!
움찔!
컥! 헉흑!
후, 신음소리를 내지 않아 다행이라 느끼면서도 내가 이걸 왜 맞는다고 했는지 후회가 밀려들었다. 얼얼해진 턱을 데리고 집으로 얼른 돌아왔다.
#2
문득 보톡스의 작용 원리가 궁금해져 검색해 봤더니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보톡스의 주요 성분인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가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여 근육 수축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보톡스가 주사로 주입되면, 신경 말단에서 근육 수축을 유발하는,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 ACh)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이 이완되고 주름이 펴지는 원리란다. 쉽게 말하면, 근육을 마비시켜 미용 효과를 얻는다는 뜻. 참 신기하다고 느끼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보톡스처럼,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을 마비하는 약이나 주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면 누군가를 향한 짝사랑을 멈추게 해 편안하게 하고, 분노나 원망을 꺼뜨려 평안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보톡스의 효과가 3개월에서 6개월이니까,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감정 상태가 잔잔해졌을 거라 부작용도 없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