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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Jun 09. 2021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다섯 가지 이유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꽃집이나 화원에서 산 파릇파릇한 식물이 우리 집에만 오면 죽는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예쁜 식물 화분이 점차 시들면서 처치 곤란 쓰레기로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스스로를 식물 킬러라고 자책하며 다시는 식물을 들이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곤 한다. 그 다짐은 다음 봄이 돌아오면 '나도 식물 한 번 키워볼까?' 하는 호기심에 무너지곤 하지만...



그런데, 도대체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이유는 뭘까? 내가 정말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집이 식물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일까? 


식물 키우기에는 약간의 이해와 정성이 요구될 뿐, 특별한 재주나 소질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집안 환경이야 대부분 아파트, 빌라 등으로 비슷비슷한 편이다.


그럼 왜 우리 집에 오는 식물은 다 죽고 쓸쓸한 빈 화분으로 남게 되는 걸까? 오늘은 그 이유를 파헤쳐 보자. 원인을 제대로 알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진짜 이유 1. 분갈이


그렇게 생기 있고 파릇파릇하던 식물이 우리 집에만 오면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이유, 그 첫 번째는 분갈이를 하지 않고 그냥 키우기 때문이다.


가끔 동네 꽃집이나 화원에서 포트 상태로 식물을 사 와 그대로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잘 키우면 수개월은 버틸 수 있지만 계속 건강하게 자라기는 어렵다.


식물 포트는 대부분 농장에서 담은 배양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 가정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재배 및 유통과정에서 배양토의 양분이 이미 다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포트에 뿌리가 꽉 찬 상태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식물 포트를 그대로 키우기보다는 가정환경에 맞는 분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끔 분갈이할 때 산이나 마당에서 구해 온 흙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내에 들일 경우에 이는 추천하지 않는다. 


바깥의 흙에는 지렁이, 민달팽이 등 다소 귀여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각종 벌레의 알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 화분을 벌레의 온상지로 만들기 딱 좋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분갈이 흙을 구해 기존 흙을 적당히 털어내고 분갈이하면 식물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포트 상태로 키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깨끗한 새 흙으로 바꿔주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진짜 이유 2. 배치


집으로 데려온 식물이 빨리 죽는 두 번째 이유는 식물의 배치와 관련되어 있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한 조건에는 햇빛, 물, 바람이 필수적!


고무나무 등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빛이 가장 잘 드는 창가에, 스파트필름 등 음지식물은 직사광선을 피한 밝은 느낌의 그늘에 두는 게 좋다. 유칼립투스, 로즈마리 등의 허브 식물은 통기가 중요해 바람 잘 드는 창가나 베란다에 두는 게 베스트다.




하지만 이같이 식물이 좋아하는 장소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식물이 좋아하는 곳보다는 본인이 보고 싶어 하는 곳에 식물을 두는 경향이 있다. 식물의 특성에 맞춘 배치보다는 인테리어 효과가 좋은 장소에 식물을 두고자 한다.


바람을 좋아하는 로즈마리를 집중력에 좋은 식물이라며 하루에 한 번 창문을 열까 말까 한 공부방 책상에 올려둔다던가, 햇빛을 좋아하는 다육 식물을 어두운 장식장이나 선반 위에 올려두는 식이다.



식물의 개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배치 장소를 찾아주자.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에게는 집안에서 가장 밝은 장소를 내어주고, 바람을 좋아하는 식물은 아무리 내 옆에 끼고 계속 보고 싶어도 과감히 베란다로 내어 주자.


플랜테리어보다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장소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는 것이 반려 식물과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진짜 이유 3. 과습


이쯤 되면 '저는 분갈이도 했고요, 화원 사장님이 말한 대로 햇빛 좋은 곳에 두었는데도 2주 만에 죽었다고요! ' 하고 억울해하시는 분들도 슬슬 나올 듯하다.


분갈이나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면 아마 지나친 사랑이 문제일 것이다. 사랑이 문제라고? 맞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꾸 뭔가 주고 싶어서 물을 자꾸 주는 습관이 당신의 식물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 


© daveballew, 출처 Unsplash


식물을 오랫동안 키워보니 식물에 물을 안 줘서 죽이는 경우보다는 너무 자주 줘서 죽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물에 예민한 일부 까다로운 식물만 아니라면 며칠 동안 흙이 마른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무탈하게 지낸다. 조금 기운이 없다가도 충분히 물을 주면 금방 기운을 되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manishcha, 출처 Unsplash


하지만 흙이 계속 축축한 상태는 식물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결국 뿌리부터 썩게 한다. 특히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창문도 자주 열 여건이 안 된다면 물을 많이 주면 절대 안 된다.


햇빛과 바람이 흙을 마르게 하는데, 빛과 바람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흙 속의 수분 증발이 더디니 물만 자꾸 주면 식물을 잠수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나친 사랑은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독이 된다. 물을 주는 방식은 '조금씩 자주'가 아니라 '한 번에 듬뿍'으로 바꾸자. 식물이 너무 예뻐서 자꾸 무언가 해주고 싶다면 차라리 창문을 한 번 더 열어 바람을 쐬어주는 것이 좋다.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 물주는 습관은 좋지 않다. 흙을 직접 만져보거나 육안으로 확인해 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습관을 들인다. 


주 1회 물을 주는 습관이 지금까지는 괜찮았더라도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흙이 마르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계속 같은 주기로 물을 주면 식물을 과습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마철과 겨울에 많은 식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건 대부분 이 때문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진짜 이유 4. 환기


식물을 실내에서 키우든 베란다에서 키우든 공기순환은 필수적!  식물을 키우면서 햇빛과 물 챙겨주기는 대부분 잘 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게 바로 환기다. 


환기는 화분의 수분을 빠르게 날려주어 식물에게 치명적인 과습을 예방하고 각종 병충해를 예방해 준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창문을 열어 식물이 숨을 쉬게 해 주자. 환기가 어려운 계절에는 서큘레이터 등으로 보조해 준다.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에서는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두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 남겨진 식물은 환기와 통풍이 부족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이라도 창문을 열어두거나 외출했다 돌아오면 창문부터 활짝 여는 습관은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건강하게 만든다. 환기를 통한 공기 순환은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petterrudwall, 출처 Unsplash




사무실이나 매장 식물이 죽는 이유. 추위와 건조


집이 아닌 사무실이나 가게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다면 특히 추위나 냉온풍기 노출 등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가정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관엽식물은 월동 온도가 10~15도 정도인데, 사무실이나 매장의 야간 온도는 10도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출입구에 화분이 놓이는 경우가 많아서 찬바람에 많이 노출되고, 생각보다 많은 식물이 겨울에 얼어 죽는다.


게다가 낮에는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계속 가동하기 때문에 식물이 건조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냉온풍기 바람을 맞지 않도록 배치해 주는 것이 좋다. 잎에는 자주 분무해 주거나 가습기를 사용해 공중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필수다. 


© copernicowork, 출처 Unsplash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생기가 들어왔다.


식물이 생기 가득한 존재로 우리 곁에 오래 머물길 바란다면 오늘 말씀드린 다섯 가지를 잘 기억하자. 식물을 데려올 때는 반드시 분갈이를 해주고, 인테리어 효과보다는 식물 특성에 따라 배치해 주고, 식물에 대한 관심을 물을 자주 주는 것으로 표현하지 않고, 창문을 자주 열어주는 등 생각보다 전혀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어떤 존재든 적응 시간은 필요하다. 식물도 느리지만 단단히 당신의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생명력이 강한 게 식물! 사람이나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에도 식물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잎 한 장 다치지 않고 너무 완벽하게 식물을 키우려고 하기보다는 '같이 한 번 잘 살아보자!'라고 다짐해 보자. 그냥 같이 살자는 데 목적을 두면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고, 식물도 서서히 당신에게 적응한다. 


식물에 대한 약간의 이해와 노력을 더하면 특별한 재주 없이도 누구나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수 있다. Green Thumb(원예에 재능이 있는 사람, 식물을 잘 키우는 마법의 손)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사랑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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