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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Sep 11.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13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 작전의 중심

작전사령부 파견

  내가 탔던 잠수함 이순신함이 거제 대우 조선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수리와 정비를 하는 과정 속에서 조선소에서 수리, 정비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들은 배의 기관과 장비를 담당하는 기관부가 담당다. 나는 작전부에 있었기 때문에 조선소에서는 타 부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잠수함 부대의 사령부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대우 조선소에서 근무하잉여 잠수함 장교로 분류가 되었는지, 전쟁 연습, 훈련 지원 등 인력이 부족한 부서와 부대에 파견을 가라는 지시가 지속적으로 주어졌고 덕분에 나는 다양한 지역과 부대를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파견과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내 소속인 이순신함에 있지 못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귀찮고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다양한 부대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군 내 다른 부서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시스템을 겪어보는 것에 대한 설렘과 흥분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해군 작전의 중심인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약 4개월 간 파견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작전사령부의 모습 사령부 입구 앞에는 체육시설이 있다.


  내가 이순신함을 탔던 기간은 1년 남짓이었지만 내가 군생활을 했던 다른 해와 비교하면 경험하면서 얻었던 것들은 가장 많았던 1년이었다. 아마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수중 작전을 담당하는 작전 부서로 파견을 가게 되어 업무를 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었으며, 업무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해군 조직도, 작전사령부는 작전과 전술에서 최상위 권한을 가진다.


  해군 작전사령부는 해군 본부 예하 작전권을 가진 해군의 최상위 부대다. 작전사령부는 각 함대 및 예하 부대를 관할하 해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진행한다. 그렇기에 해군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지시와 지침, 업무들은 작전사령부에서 시달되곤 했는데, 항상 말단 부대인 함정에서 근무하며 지시와 명령을 수행하던 입장에서 반대로 명령을 내리는 작전사의 수중작전과로 파견을 가서 업무를 배우게 되면서 내가 말단 부대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나는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환경 속에서 포괄적 사고와 작전 및 훈련, 업무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나는 함정을 타면서 '장기 말'로서 전략을 위해 전술적인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작전사령부는 전략에 따라 '장기 말'을 운용하는 사령탑의 역할을 했다. 수중작전과에서 근무하며 대한민국 해역에서 임무와 훈련을 진행 중인 함정들을 보고 지시하면서 사령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며,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우들의 노고와 헌신 또한 정말 중요하고 대단하다는 것느끼게 되었다.



브리핑 발표

  난 작전사령부의 수중작전과로 파견을 갔고 다섯 기수 높은 63기 선배의 빈자리를 채웠다. 물론 선배의 업무를 그대로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분은 다른 선배들이 나눠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사무분장을 나누었지만, 당시 아직 초급간부였던 나에게는 일부분의 업무 조차 마냥 쉽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수중 작전과 내에서 내 주요 업무는 작전사령관님께 발표할 브리핑을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다른 선배들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부분들은 있었다. 작전사령관님께 보고되는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사령관님과 참모들 앞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은 내 역할이었기 때문에 직접 내가 해야만 했는데,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던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장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하면서 업무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해군의 작전사령관은 해군에 몇 없는 중장 계급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쓰리스타였다. 일반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행사가 아니고서는 원스타인 '준장' 조차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나는 매일 아침 작전사령관님과 주변의 참모들로 구성된 별들의 모임 속에서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처음 내가 직접 사령관님께 브리핑을 보고 드린다는 사실은 마음에 큰 부담이 되었고 긴장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브리핑 자료를 만드는 것 또한 파워포인트를 다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끊임없이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나의 첫 발표를 위해서 선배들과 함께 연습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선배들이 사령관님 역할을 자처해서 도와주었으며, 선배들은 귀에 잘 들어오는 목소리 높낮이와 속도, 말투와 자세, 멘트 하나까지도 교정을 해주었다. 레이저 포인트로 흔들리지 않게 원하는 위치에 쏘기 위해서 연습을 하기도 했고 멘트 또한 종이에 적어서 계속 외우는 등 발표를 준비했다. 또 상관에게 질문이 나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면서 나올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 때로는 선제적으로 답변을 드리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발표를 연습했다.



작전사령부의 교훈

  그래도 내가 행운이라고 느꼈던 점은 브리핑 발표와 관련된 이러한 고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었다는 점이다. 점차 문서작성 능력이 향상되면서 하루 종일 걸렸던 브리핑 자료를 만드는 과정도 조금씩 단축되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전사령관님과 주변 참모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해군 안에서 높은 직책과 계급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버지, 할아버지,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빴지만 마음에는 항상 여유가 있어 보였고 먼 후배인 내가 브리핑을 하면서 실수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관대하게 지켜봐 주었다. 이런 준비와 연습, 발표가 반복되면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조금씩 줄어들게 되었고 발표를 하는 실력 또한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자료를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놓치는 부분을 확인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게 되면서 내가 아는 지식들도 조금씩 쌓여다. 난 작전사령부에서의 브리핑 경험을 통해 주어진 부담감을 극복하는 방법,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며 일하고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봤던 훌륭한 선배들은 대부분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내가 작전사 근무를 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높은 직급에 위치한 사람일수록 자기 관리가 정말 철두철미하다는 것이다. 사령관님을 포함한 작전사령부의 많은 인원들은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 체력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저녁시간과 같이 여유시간이 생기면 대부분의 지휘관과 선배들은 러닝머신을 뛰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로 형성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근무하는 생활은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감당하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시간이 부족해도 그들이 여유시간을 쪼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하여,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건강관리와 자기 관리는 필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휘관과 선배들이 업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더 바쁘고 힘들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부하 직원들은 상사가 시키기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높은 직책에 올라가면 더 편하게 일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상급자는 훨씬 많은 업무를 관할하고 인원을 관리하며 그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능력이 요구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맞다. 내가 본 높은 직책의 선배들은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경과를 확인해야 하는 신경써야할 업무들 많았으며, 하나의 업무가 몇 개월에 걸쳐 이루어지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들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하지만 선배들이 이런 여러 담당 업무들을 하나씩 차분하게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업무처리능력과 정신력 관리, 태도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역시 아무나 높은 계급을 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주어진 직책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며,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직책을 가진 사람은 결국 자신의 위치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더 높은 직책이 주어지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다짐했다.



작전사령부 생활

  작전사령부에서의 생활은 지금 돌이켜보면 일이 바쁘다기보다는 가혹했던 것 같다. 내 업무환경은 아침 일찍 6시쯤에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스케줄이었고 나뿐만 아니라 작전사에서 근무하는 많은 장교들이 이와 같은 근무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것과 같이 일찍부터 근무해야 일을 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근무패턴은 살면서 처음 겪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 시간이 없다는 것과 부대에서만 오래 있는 사실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선배들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남는 시간을 통해서 운동하고, 공부하면서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파견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지 않았고 근무하 다른 일들도 겪게 되면서 그 시도가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평생 공부하고 운동하며 자기 계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금, 그때가 첫 단추를 꿴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전사령부의 수중작전과에서 근무하면서 좋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난 해군에서 근무하면서 대부분 좋은사람들만 만났던 것 같다, 멋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같은 부서의 선배들 또한 같은 잠수함 장교였기 때문에 뭔지 모르는 동질감과 친근감이 더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선배들의 인성과 성품이 정말 훌륭했기 때문에 많이 따르곤 했다. 그들은 나와 기수 차이가 상당히 남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시선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해주었으며,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적극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에 의지를 많이 했던 선배들이기도 했다. 선배들 또한 아침부터 하루 종일 부대 안에 있는 것이 생활이었기 때문에, 같은 환경 속에서 그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장님 또한 해군 내에서도 대표적인 호인 중 한 명이었는데, 항상 배려해주시고 신경 써주셨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역시 업무가 얼마나 힘드냐 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쉬는 날에는 경성대-부경대역, 해운대, 벡스코 등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해군 작전사령부는 부산에 위치해있다. 해군의 모든 부대는 바다를 끼고 있기에 부대마다 펼쳐진 바다의 광경을 바라보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작전사령부의 위치경성대학교, 부경대학교와 근접해 있었고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해운대와 광안리와도 거리가 가까운 편이었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대학가를 거닐며 대학생이 된 기분에 취해보거나, 바다를 거닐며 혼자 감상에 빠져보기도 하고, 부산의 벡스코에서 행사를 하면 들려서 구경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집에서 쉬는 것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밖에서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는 것도 정말 매력적인 경험이었던 것 같다.


지스타 행사의 광경,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던 나와 내 동기들은 날을 잡아 벡스코에서 개최하는 지스타에 참가하게 되었다. 지스타는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최하며 각종 게임업체가 부스에 등록하고 참가자들은 경험해 볼 수 있는 게임 박람회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행사에 처음 가본 경험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각종 게임들을 실제로 해보는 것은 기본이고 거리에는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도 많 볼거리가 많은 행사였다. 나와 동기들은 함께 보드게임 공간에 가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은품으로 받은 에너지 드링크를 단숨에 마셔버리고 우리들은 보드게임에  모든 힘을 쏟았다. 빡빡한 생활 속에서 쉬는 날에 동기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았던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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