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12년에 입사를 했으니, 벌써 9년째 우리 회사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내가 들어오기 전, 우리 회사는 직접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았었고, 제조 공장에서 제품 생산만 했었다.
그 당시 회사는 미국 수출로 잘 판매하던 제품이 중국 카피 제품들로 더 이상 수출이 되지 않았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했던 새로운 상품은 홈쇼핑을 준비하다가 홈쇼핑 밴더의 장난으로 재고 2만 개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상황이었다.
2012년 우리 회사의 연 매출은 고작 1억 8천만 원에 불과했고, 직원도 사장님, 사모님, 그리고 나 셋이었다. 공장이 사장님 자가 공장이었기에 겨우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는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전공했었고, 그전에도 금융권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이런 내가 해외 전시회를 원하는 대로 보내준다는 사장님의 달콤한 꼬드김에 넘어가 우리 회사에서 마케팅에 첫 발을 디뎠다.
그때도 첫 직함은 팀장. 팀원 하나 없는 팀장이었지만 전 직장에서 왠지 팀장이 폼 나 보여서, 팀장 직함을 달겠다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B2B만 했었고, B2C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에서 나는 국내 전시회, 해외 전시회(비용은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50% 이상 지원) 등을 돌아다니며 B2B, B2C 판매를 닥치는 대로 했다.
맨땅에 헤딩식으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운 유통과 마케팅.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우리 회사의 제품 마케팅을, 판매를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시기에 내가 활동하던 한 온라인 카페에서 '온라인 유통 스터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 스터디에 시작 멤버로 들어가게 됐다.
온라인 유통 스터디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우리 회사와 비슷한 규모 회사의 대표님들과 같이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바로 실행해 보고, 또 그 정보들을 공유했다.
스터디에서 공부하기 전에는 국내외 전시회는 물론 대형마트 행사 매대에서 하루 종일 소리치면서 소비자들에게, 바이어들에게 우리 제품을 직접 판매를 했었고, CJ오쇼핑 라이브 방송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내가 직접 올라가서 쇼호스트와 시연을 같이 하면서 제품을 팔아보기도 했었다.
이 스터디에서 공부를 하면서 더 이상 홈쇼핑, 대형마트, 전시회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게 됐다. 그것들보다는 국내 온라인 유통, 마케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운 좋게도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고, 판매 마진도 국내 온라인 판매가 홈쇼핑이나 대형마트, 수출보다 훨씬 좋았다.
혹자는 나에게 차라리 사업을 하지 왜 회사에 남아 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왜 사업을 하지 않고 우리 회사에 아직 남아있을까?
우리 사장님은 나에게 마케팅 및 서울 사무실에 대한 전권을 주고 계신다. 직원을 채용하는 것부터, 직원들의 연봉 책정, 그리고 사무실 이전,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 등 서울 마케팅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나에게 위임해 주시다 보니, 사실 거의 내 사업처럼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연봉도 내가 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다. 애사심은 기본적으로 월급에서 나오지 않던가?
회사에서 내 업무의 자유도가 95% 이상이다 보니 사실 딱히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 우리 회사에서 내가 예전부터 목표한 매출을 달성할 때까지는...
난 항상 점심시간 5분 전에 먼저 나가고, 퇴근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온전한 그들만의 시간인 점심시간이 조금이라도 늦는 것이 싫어서, 일이 없는데 내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못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평소 점심에는 비싸서 먹기 부담되는 음식들을, 2주일에 한 번씩 1시간 30분 점심시간을 사용하면서 인당 2만 원 내외의 점심 회식을 한다. 저녁 회식은 최대한 지양하고, 그 횟수는 1년에 한두 번이 될까 말까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업무를 하고, 미팅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쪼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도 된다.
내가 예전 팀원 시절, 관리자가 되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현재 우리 회사에서 실행해보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업종의 주변 대표님들이 나를 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했다. 처음에는 다들 나처럼 그렇게 이상적인 회사를 꿈꾸며 시작을 하지만, 결국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다시 일반적인 회사들의 길을 걷게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물론 나에게도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내가 직원들을 배려 해준만큼 직원들이 따라와 주기를 바라지만, 모든 게 내 마음 같지는 않다.
내가 직원들을 위해서 시행한 정책에 적응한 팀원들이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거나, 내가 직원들을 배려해 준 만큼 나를 배려해 주지 않을 때는 관리자인 나도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원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우리 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회사. 거의 그 모습대로 운영을 하고 있고, 회사의 매출도 거의 매년 2배 가까운 매출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결과로 보여주게 되니,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했던 주변 대표님들이 우리 회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리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복지나 정책들을 따라 하시는 분도 생겨났고, 더 이상 나를 '이상주의자'로만 보시지는 않는다.
나는 계속해서 우리 팀원들과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 안에서 성장하고, 그들과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게 내 목표이다.
나는 9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꿈꾸는 이팀장'이다.
꿈꾸는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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