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이팀장 Jun 26. 2020

회사 퇴사 시 업무 마무리의 중요성

꿈꾸는 이상적인 회사 #2


나는 제조와 온라인 판매를 하는 한 회사에서 9년째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9년 동안 한 회사의 마케팅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적지 않은 직원들을 뽑아서 같이 일을 해보기도 하고, 또 몇몇의 직원들이 회사를 퇴사하는 경험도 해봤다.


처음에 마케팅팀에 나 혼자밖에 없던 시절, 채용공고를 내서 3명을 면접보고 그중에 한 명을 채용했었다.


3인실 소호사무실에 입주해 있을 때였는데, 면접을 보고 나름 골라서 채용을 한 그 친구는, 출근 2시간 만에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건 뭐지? 어떻게 내가 나름 면접까지 보고 뽑은 친구가 출근 첫날 그만둔다고 얘기를 나에게 직접 한 것도 아니고,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연락이 두절될 수 있지?'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정말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이 있어, 이틀 정도는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주 오래전 기억을 꺼낸 이유는 회사에서 퇴사 시에 마무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회사에 처음 입사를 하면 열정이 있다. 그래서 첫인상은 대부분 나쁘지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퇴사할 때 마무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혹은 다른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이직이 결정되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 그 직원의 진짜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2년 전부터는 직원들이 거의 퇴사가 없었고, 퇴사를 할 때도 마무리를 잘해주는 분위기가 우리 팀에 형성되어 있다.


내가 아끼던 회사의 메인 디자이너가 지난달인 5월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됐다. 근무한지는 약 1년 3개월 정도.


개인 사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여기에 쓰기는 힘들지만 누구나 납득이 될만한 이유였다. 차라리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고 한다면 마음이 편할 것을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 내 마음이 더 좋지 않았다.


"팀장님, 성공하면 더 좋은 거 사드릴게요."

이 친구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퇴사 날 아침 카드와 선물을 주었다. 바로 열어보면 나도 울컥할 것 같아 송별회 다음날 아침 집에서 확인한 카드와 선물.



퇴사 2달 전부터 나와 상담을 했고, 퇴사가 결정된 뒤부터 오히려 더 열심히 해준 친구. 너무나 고마운 친구다.


직원들도 다 좋아했던 친구여서 퇴사 날 아침, 미리 만들어둔 모든 직원의 멘트를 담은 영상을 틀고 아침 회의 때 케이크와 함께 깜짝 파티를 했었다. '퇴사 축하합니다' 노래를 직원들과 같이 불러줬었고 저녁에 송별회까지 마무리가 서로 너무 좋았다.


이렇게 퇴사 시 마무리가 좋은 친구들은 계속 챙겨주고 싶다. '어떤 회사가 좋다더라, 그쪽에 지원해봐라, 혹은 내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등 나름 업계 선배로서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


약 1년 6개월 동안 우리 팀에는 한 달 전 퇴사한 메인 디자이너를 포함해서 2명의 퇴사자가 있었는데, 둘 다 업무 마무리를 잘해줘서 그리고 회사에 좋은 퇴사 문화를 만들어줘서 그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어제 그 고마운 친구들 2명과 저녁에 술자리를 가졌고, 이젠 관리자와 팀원의 관계가 아닌 업무 선후배 사이로 즐운 식사 및 술자리를 가졌다.



요새 평생직장이 있기는 할까? 난 평소에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보다 좋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 또는 사업을 하고픈 꿈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가라고 한다. 다만 나갈 때 우리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만 달라고 부탁을 한다. 내가 부탁한 시간은 2~3주 정도.


전 회사 동료들을 좋은 인맥으로 남겨놓을 수 있느냐, 아니면 나중에 우연히 마주쳤을 때 아는 척도 할 수 없는 사이가 되느냐는 본인 퇴사 시 업무의 마무리에 달렸다.


퇴사가 결정됐을 때, 이젠 난 나갈 사람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대충 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준다면 분명 본인에게 더 좋은 피드백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처음은 누구나 직장 생활에 열정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마무리할 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온다.


마무리를 잘해서 전 직장 동료들을 우연히 만나면 얼굴 못 드는 사람은 되지 말자.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꿈꾸는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 시리즈

(1) 나는 한 회사의 마케팅 팀장이다.

(2) 아무리 좋은 팀장, 관리자도 없느니만 못하다.


기타 마케팅 관련 글

코스트코 구매대행의 득과 실

신사임당님의 창업다마고치 스마트스토어 영상에 대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