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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Feb 20. 2018

9. 편의점 알바 김씨와 '커피 한 잔'

이 한 잔이 참 소중합니다.

필자는 원두커피를 참 좋아한다.


2012년 2월부터 5월까지, 군대를 가기 전 짧게 했던 카페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시작되었을 필자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중인데, 최근에는 집에서 도구를 사서 핸드드립을 해서 종종 내려먹을 정도가 되었더랬다.


무엇이 그리도 좋으냐 묻는다면 단연 그 냄새, 아니 '향기'라 말하겠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함으로, 손님으로 들렀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함으로, 그리고 이제는 집에서 혼자 수동 커피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갈면 톡톡 터져 나오는 듯 한 신선과 얼마 안 있어 온 집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황홀함으로.


커피 향기는 요 몇 년 새 일상을 기쁘게 만드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때문에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도 나는 다른 알바생들보다 조금 더 행복한 매일을 보내는 것이 가능한데, 카운터 바로 옆에 놓여있는 원두커피 기계에서 매일같이 은은하게 커피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작은 사이즈가 천 원, 큰 사이즈가 천이백 원이라 매우 저렴하면서도 나름 맛도 괜찮기 때문에 가히 '천 원의 행복'이라 불릴 법 한 이 기계는 마치 향기로 먹이를 유혹하는 열대우림의 식충식물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손님이 커피를 먹으면 그 물씬 퍼지는 향기에 넘어가 쇼핑을 하던 다른 손님들도 커피를 사는, 무시무시한 연쇄작용이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벌써 이 커피를 위해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이 상당수 생겼을 정도로 이 기계의 위력은 어마 무시한 것이다.


물론 옆에서 이 아름다운 향기를 맡고만 있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것이기에, 필자도 매일 가져오는 개인용 텀블러에 가끔씩이지만 피 같은 돈을 투자해 커피를 담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텀블러를 가져오면 큰 사이즈의 커피를 이백 원 할인된 가격인 천 원에 먹을 수 있기에 이 순간만큼은 남들은 모르는 이점을 누리는 것 같은 황홀감에 취할 수 있다)


텀블러를 기계에 걸쳐놓고 쪼르륵 쏟아지는 커피, 그리고 그 위를 옆은 갈색으로 수놓는 진한 크레마(흔히 커피 거품이라고 하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는 호사를 이 한 잔을 통해 누리게 될 것 같은 기대감에 잠긴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암....    <이미지 출처: 구글 포토>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만큼은 물론 아니지만, 맛도 천 원짜리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 어찌 편의점 커피가 사랑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모금 마시고 생각에 잠기는 것, 이 곳에서 이만한 여흥이 어디 있을까 싶다.


때문에 필자 같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들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커피 값이 저렴하다지만, 매일같이 홀짝홀짝 마시면 어느새 얇아지는 지갑의 두께를 체감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미 내 전 타임 아르바이트 형님은 그 맛과 향기에 진즉에 중독되신 듯하다. 불쌍한 형님... 커피가 이렇게 무서운 음료인 것입니다 여러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텀블러에 집에서 테이크아웃 해온 둥굴레차를 담아 나의 이 허전한 마음을 위로해 본다.








'꿩 대신 닭'


이 문장이 너무나 사무치게 들리는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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