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배려도 인제 그만, 미안해
3장. 나의 민낯을 만난 가을, 세번째 이야기
8화.배려도 인제 그만, 미안해
친정집에서 산후조리 100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 토브랑 같이 집 앞 산책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기 띠를 하고 버스를 타고 장을 보고 왔다 갔다를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가장 먼저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바로 미안합니다. 라는 말이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그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동안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바로 내 앞에 아기 띠를 하고 모든 말을 듣고 있는 토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미안하다는 말을 우리 토브가 가장 많이 듣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쓰던 미안하다는 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필요할 때만 쓰도록 말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 토브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미안해’라는 말이 되지 않으려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과를 먼저 하는 나의 대화 습관부터 바꿔야 했다. 내 안에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듯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상황을 판단하고 지혜롭게 말하는 법부터 배워가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나 혼자였다면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세상 속에서 좀 더 당당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다 보니 내가 변화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나를 온전히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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