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 나라가 남미 칠레일 줄이야.
"여보, 1년간 나 혼자 페루에 지역연구가로 다녀오면 칠레 주재원으로 몇 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네? 두 아들들이 7,5살인데 나 혼자 1년을 키울 수 있을까요?, 하지만 해외에서 살아볼 수 있다면 좋긴 할 것 같은데.. 고민해 볼게요"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결국 남편과의 1년간의 이별을 선택하고 칠레에 가서 살아보자로 결정되었습니다.
한참 아빠를 따르던 두 아들이 힘들어했지만 주변에 주말에도 일하는 아빠들을 둔 엄마들과 함께 공동육아를 하며 1년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꿔보고 살았는데 해외에서 살 수 있다니 기쁘면서도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생소한 남미 칠레라니.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한 언어는 영어인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그 나라에 가서 잘 살 수 있을지.
아이들이 외국생활에 잘 적응해 살아갈지.
가서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지.
갑자기 걱정구름이 몰려오기도 하였지요.
걱정할 시간에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네이버 카페를 들낙거리며 정보를 찾아보고
시원스쿨 스페인어 강사 예시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며 준비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칠레로 우리는 향했습니다.
2월 중순 칠레는 늦여름이었습니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내려 후끈한 공기 냄새를 맡곤 '어, 여기도 공기가 안 좋네. 먼지 냄새가 난다.' 비염환자로 수십 년을 살아온 저는 코가 먼저 칠레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분지인 산티아고는 매연이나, 공기오염인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산 위에서 보면 먼지띠가 보일 정도입니다. 미세먼지 피했다고 좋아했던 저는 조금 실망하였지만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한 건조날씨가, 여름에는 밤 9시 전에는 해가 떨어지지 않는 낯선 날씨에 설레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있는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되기도, 기약 없는 미래의 일들이 약간의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3년 정도 예상한 계획에 불청객인 코로나가 찾아왔고 그 시간은 4년 반으로 연장되었습니다.
꿈만 같았던 일들도 있었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속상하고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얻었지만,
아이들의 한글 실력의 빈틈은 한국에 돌아와
학업에 구멍이 되어 지금도 회복하느라 고생입니다.
그 달콤 쌉싸름한 칠레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주재원이 많은 혜택 받고 살았던 이야기로 괴리감을 주는 것이 아닌
평범한 가족이 남미 칠레에서 어떤 일을 마주하며 살았는지 궁금증만 가지고
보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남편의 회사의 복지는 많이 좋은 편이 아니라 아이들 교육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일이 많았답니다.
그렇게 유복한 주재원의 삶은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두 아들이라 영어나 스페인어 역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게 잘하지도 못하는 웃픈 사실도 있답니다.
그 이야기도 풀어보겠습니다. 무조건 해외 가서 살면 영어 잘하겠지는 다른 집 아이들 이야기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
그 곳에서 어떤 삶이 펼쳐졌는지 공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