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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니 Sep 12. 2024

아기가 없어도 엄마로 살기로 결심하다.

4. 엄마의 두 번째 꿈

알콩아, 엄마 인생에서 두 번째로 가장 잘한 일은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원래 엄마는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어.

엄마가 되는 건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고 자격이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어.

사실 희생은 핑계고 자격이 문제였지.

내가 잘 못하면 어쩌지.

나는 좋은 사랑도 많이 못 받았는데 내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면 어쩌지.

아이와 내가 또 우리 가족이 더 불행해지면 어쩌지 등 걱정과 불안은 끝도 없었지.

미안해. 엄마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그리 행복하게 평가하지 못했나 봐.


그래도 결혼도 했고, 사회적 당무처럼 아이를 가지려 했는데 잘 생기기 않아 엄청난 스트레스였지.

그러다 엄마가 신이 날 일 이 생겼는데(꿈꾸던 일을 계약하게 됨) 그때 아이가 덜컥 생겨버린 거야.

그때 알았어. 내가 그동안 해 온 고민은 모두 쓸데없다는 걸. 

막상 아이가 생기니까 그저 좋더라.

엄마가 되는 건 자격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 거더라.

생명을 싹 틔우는 건 정말 멋지고 히죽히죽 웃음이 나는 일이구나.


헌데 몇 주 안돼서 유산이 되고 정말 힘들었어. 

그토록 멋진 엄마라는 일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 같았거든.

이미 엄마라는 정체성이 생겼는데 이제 아이가 없으니 나는 엄마가 아닌 걸까 괴로웠어.

하지만 내게 이미 생겨버린 엄마라는 정체성은 지울 수 없더라.

그래서 엄마는 생각했지.

이 모든 게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일 거라고. 슬프고 아프지만 먼저 간 그 아이는 내게 엄마라는 일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를 알려주고 간 거라고.

그래서 엄마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제 난 아이가 없어도 먼저 간 그 아이의 엄마로 살기로 결심했어.


그렇게 결심한 그날 네가 생겼어. 거짓말처럼. 꿈결처럼.
 몇 년을 노력해도 안 되던 일이 불과 3개월 만에 이뤄졌지.

정말 너의 심장이 뛰었을 때 다시 태어난 것처럼 행복하고 좋았어.

그 심장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컸던 거 아니?

그 천둥 같았던 심장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울었던 걸 네가 알까?


그래도 너무도 허무하고 쉽게 (?) 생명을 잃어버린 경험 때문인지 한편으론 많이 두려웠어.

생명을 잃는다는 게 정말 내 심장이 찢기는 것보다 더 아프던데 그런 일이 또 생기면 엄마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을까 봐 걱정됐어.


하지만 다시 생각했어.

첫 번째 이름도 만들어주지 못한 그 아이가 떠날 때 가장 회환이 밀려온 건 너무 행복하고 좋았는 데 주변에 별로 좋은 티를 내지 않았던 거야.

어쩌면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 (유산 같은 일)에 대비해서 내색하지 않았던 거였어.

그게 가장 후회되더라.

그냥 좀 행복해할걸. 이름도 지어주고 맘껏 좋아할걸...

그랬다면 이토록 이 아이에게 미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서 결심했어. 일단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무조건 많이 좋아할 것!

더 행복하고 아낌없이 사랑할 것!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파도 앞에서 더 즐기고 더 아껴줄 것!

그래서 무서운 파도 따윈 절대 내색하지 않을 것!


알콩아. 우린 삶 앞에서 불의의 사고를 예측할 수도 없고 어쩌면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약속할게.

세상을 통제할 순 없지만 그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설사 우리가 헤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 순간까지 너를 미친 듯이 아끼고 사랑할 거야.

그런 사고를 대비해서 덜 사랑하고 덜 내색하는 실수 따윈 다신 반복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세상의 아픔을 모두 엄마가 막아줄 순 없어도

그런 아픔이 공존하는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더 행복하고 멋지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아볼게.

그렇게 우리는 삶의 깊이를 더해갈 거야.

그리하여 더 멋지게 살 수 있겠지. 네가 어떤 모습이건 어떤 사람이건 사랑한다.


“알콩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그와 상관없이 널 사랑해”


너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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