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나 Oct 15. 2024

착각의 자유




  눈 쌓인 올 2월 어느날, 아파트 산책길을 걷다가 꼬마 친구를 만났습니다. 눈 뭉치를 이리 저리 굴리더니 갑자기 제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 눈에는 그냥 눈뭉치인데 자꾸 눈사람이라고 우깁니다. 그래서 눈사람 모양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줬더니, '금방 태어난 아기 눈사람'이라 모양이 둥글지 않다고 합니다. 말도 안돼는 소리라고 저도 우겨 보았습니다. 꼬마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습니다.

  " 살인데요. 살 이기면 기분 좋아요?"

  전 조금도 이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눈사람을 닮지 않아서 다시 물어본 것 뿐입니다.


  그랬습니다. 지금껏 눈사람 몸통과 머리는 둥글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꼬마 아이와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고정 관념은 무서운 자기 애착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면 고집이 되고, 이 고집이 견고해지면 불통이 됩니다. 고집불통이 되어버린 늙은 아재와 대화를 나누는  살 짜리 꼬마의 눈에 저는 얼마나 한심한 모습으로 보였을까요?

  

  처음으로 '금방 태어난 아기 눈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날 아이와의 만남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집으로 바라본 눈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눈사람을 경건한 마음으로 영접해 봅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기 눈사람 군집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금방 태어난 아기 눈사람'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전 10화 연습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