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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지 Dec 22. 2024

고양이의 숨

골골대는 그의 숨소리

여름철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그 앞에 앉아 땀을 식히며 바람을 맞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과 옷깃에 부딪쳐 다시 선풍기로 돌아가는 바람이 내는 소리.

돌돌돌돌돌돌


그 소리가 재밌어서 입으로 아 – 소리를 내본다.     

그러면 아-가- 갈갈갈갈갈- 우스운 소리가 난다.           

기분 좋은 바람과 내 목소리가 떨리며 만들어진 소리가

다시 나에게로 함께 스며든다.

그 순간, 나는 주변을 잊고

내가 만들어내는 그 파동 안에 머문다.




고양이는 기분 좋을 때 이런 소리를 낸다.

골골골골 -

아직까지도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별한 성대 구조로 인해 소리의 떨림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짐작하고 있다.


사실 고양이가 그렇게 골골송을 부를 땐,

작은 몸 전체를 울리는 공명음이 정확히 어디서 시작하는지 알기 어렵다.

몸 어디에 귀를 가져다대도 크게 울린다.

그의 볼에 내 볼을 비비대고,

등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발을 잡고 입술을 가져다대도,

골골골골 -  

그와 내 사이를 울리는 진동과 비비대는 그 감촉은,

그 순간 우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시간을 멈춘다.

소리가 워낙 커서 아이의 몸 전체를 울리는 것이다.          

이 골골 소리가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이유는 명백하다. 고양이 자신이 기분이 좋으면 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주로 우리가 집에 와서 그를 어루만져줄 때,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곁에 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아 몸 둘 바를 모르며 낸다.

자신의 얼굴과 머리를 박아대면서 내는 소리.

지금 너무 행복해!라는 기분을 그렇게 온몸으로 나타내니, 확실한 행복감이 우리에게도 전이된다.     



아픈 것도 숨기고, 본인의 변도 숨기고, 어딘가에 홀로 숨죽여 있기 좋아하는 그 아이가,

이래저래 도도하고 비밀스러운 그 동물이.


행복감만큼은 감출 수 없어서

온몸을 울리는 소리로 나타낸다는 사실이,

그만큼 더 황홀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사냥할 때의 그는,

확실히 한 마리의 맹수와 다르지 않다.

한껏 상체를 낮추고, 엉덩이를 흔들며 도약할 준비를 하는

그의 큰 눈, 확장된 동공.      

준비 – 땅!

눈 깜짝할 새에 사냥감을 물면

가져다가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평소 본인이 잘 숨는 곳.

그곳에 숨기려고 땅을 파는 시늉을 한다.

그때의 숨소리는 매우 거칠다.

쉬익- 쉬익- 쉬익-

사냥감을 문 입 사이로 거친 숨이 흘러나오고

침도 함께 흐를 것만 같다.

흥분감을 좀처럼 감추지 못한다.      

아쉽지만, 진짜 살아있는 새도 쥐도 줄 수 없는 우리는

열심히 그들의 몸짓을 흉내 내며 목표물을 움직여보아도 금세 잡히고 만다.

그렇게 잡힌 목표물은 시간이 좀 지나 수거해야한다.      

우리 고양이가 사냥 성공의 도취감에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만 한다.


한참을 기다린 후

정말로 물어 어떻게 하기 전에 조용히 다가가서 입에서 사냥감을 빼야만 한다.

그때도 뺏기지 않으려 어찌나 씩씩대는지 모른다.

물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잘 때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다르게

열정적인 그 모습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민첩한 자태와 몸짓 역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평소의 둔해 보이고 어딘가 여유롭고 느릿한 우리 고양이 특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또 만져주면 골골골 -     

 

그의 숨소리는 그 어떤 음악 소리보다 흥미로운 변주와 함께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된다..


- 골골골

 - 색색

- 쒸익쒸익쒸익

- 골골골 - 골골...  

- 삐이이이

- 삐이이익! (코가 막힌 고양이의 숨소리)

- 새액..새액..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도

고양이라는 저명한 시가 있다.

                 

이리 오너라, 예쁜 내 고양이, 사랑에 빠진 내 가슴으로
그 발톱은 감춰두고
금속과 마노가 어우러진
예쁜 네 두 눈에 잠기게 해 다오.     

내 손가락은 한가롭게
네 머리와 탱탱한 등을 쓰다듬고,
나의 손이 기쁨에 취해
짜릿한 네 몸을 만질 때,     

내 여인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그녀 눈매는,
사랑스러운 동물아, 마치 너의 눈처럼
그윽하고 차갑겠지, 투창처럼 날카롭게 꿰뚫겠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묘한 기운과 치명적 향기가
그녀의 갈색 몸 둘레를 맴돌겠지      


'묘한 기운'은 '미묘한 숨소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묘하다. 猫의 숨소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네 몸을 울리는 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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