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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혀

까끌하셨나요

by 모지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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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죽으면 더는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사람들은 죽으면 더욱더 동경하는 게 많아져요."

 그 여자는 모포 아래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내 몸은 돌이 되었다.

 "자, 눈을 감아."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사막이 보였다. 완전히 포로로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여자는 남쪽 바람처럼 내 두 가슴을 쓰다듬었다.

 "혀를 내밀어 봐. 네 혀 맛 좀 보게 해 줘."

 침대는 검은 쥐들이 사막을 끌고 가는 썰매로 바뀌었다. 쥐들에게서 날개가 자라 나왔다. 그들은 박쥐가 되었다.

 박쥐가 끄는 썰매는 하늘을 날았다.

 죽음이 이렇게 편안한 느낌이라니!

 ...

 "나는 혼자서 죽고 싶지 않아."

 여자는 내게서 몸을 돌려 훌쩍였다.

 여자의 목소리는 내 무릎의 힘을 전부 빼앗아 갔고, 그 이후 내 두 눈이 뜨거워졌는데 마치 불꽃의 막대기가 그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침대를 빠져나와 바닥을 무릎으로 기어가 두 손으로 여자의 등을 쓰다듬었다. 등은 딱딱하고 차서 거북이 등껍질같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내 두 손 아래에서 그녀의 등은 차차 부드럽고 따뜻해져 갔다.

 조금 지나 그 여자는 머리를 들고서 말했다.

 "이제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와! 내일 다시 오면 이걸 돌려주지."

 여자는 손안에 든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내 혀였다.


<목욕탕> - 다와다 요코



혀를 주제로 하니 생각난 글이었다.

사실 한강 작가님의 <희랍어 시간>도 생각이 났고..

2023년 다와다 요코 작가의 소설을 연이어 읽는 워크숍에서 우리는 다음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다와다 요코를 거론했다. 아시아의 여성 작가. 우리나라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위의 장면은 지극히 환상적이다.

그리고 읽으며 제일 강렬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혀는 어떤 의미인가.


고양이의 혀는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강아지의 촉촉한 혀만 겪어봤던 내게 그의 까끌한 혀는

할짝 한번 핥아졌을 때

아!

하고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감촉에 놀란 것이다.

함께 놀라서 주춤했던 그 눈망울이 기억난다.


절묘하게 찍힌 하품 순간절묘하게 찍힌 하품 순간

혀를 자세히 보면 하얗게 일어나 있는 것은 백태가 아니다(...)

아주 작은 돌기들이다. 보통 200~400개가 나있는데 이들은 많은 역할을 한다.

일단 그루밍을 돕는다. 일종의 빗 역할이다.

고양이는 보통 스스로 그루밍을 통해 청결을 유지한다.

죽은 털을 정리하고, 침에 있는 효소를 통해 먼지와 기름기를 제거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이유로 그루밍을 못하는 상황이 오면 묘하게 꼬질꼬질하고 누렇게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사냥감을 잡아먹기 전에도 혀를 통해 이물질이나 기생충 등을 제거한다고 한다.

여러모로 생존을 위해 큰 역할을 한다고 보인다.


물을 마실 때도 혀를 이용해 물을 입으로 퍼 나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할짝할짝 먹는다.

츄르나 사료를 먹을 때도 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렇지만 우리 고양이는 사람을 핥아댄다.

우리가 사냥감인 걸까?

아니면 더럽게 느껴진 걸까?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밥을 달라고 할 때나, 만져 달라고 하거나 어떤 필요로 인해서도 늘 혀로 우리의 손이나 얼굴을 핥아서 의사를 표시한다.

그러니 생존 그 이상의, 소통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주로 애정이 담긴 그루밍이 많으니 우리에게 그의 혀는 또 하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가끔 혀로 얼굴을 핥는 것이 싫어서 멀리 떨어지면,

본인 발로 얼굴을 더듬더듬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박력 있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정성스레 핥아주니 감사히 받아야 한다.


인간에게도 혀는 단순히 맛을 보거나 침을 삼키는 물리적 용도뿐 아니라

언어를 만들어내는 중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언어는 표현 수단이자 사고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영혼과 한 민족의 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니 소설에서도 혀를 앗는 것은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를 앗아가는 의미가 담기게 되는 것이다.


네 혀를 내게 줘.



고양이에게도 혀는 그의 존재 그 자체이기도 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까끌한 촉감, 살아있다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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