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으면 더 만족스러운 일상
회사 프로젝트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같은 프로젝트 동료들과 커피를 한잔 하며 요즘 무슨 낙으로 사는지 (또는 일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에 대한 이야기 주제가 나왔다. 누구는 열심히 OTT를 보고, 또 누구는 여름휴가와 여행을 기대하는 이야기를 한껏 한다. 그러다가 나에게도 묻는다.
청중이 실망스럽지 않도록 나는 또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얹는다. "굳이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며 살려고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평범한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즐거움도 재미도, 그렇다고 나쁜 일도 없는 평범한 일상들. 그래서 그 밋밋한 시간들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 굳이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불행하지 않으려는데 더 관심이 있다고도 이야기를 했다. 즐거움은 짧고 더 큰 즐거움이 와야만 신난다. 그렇지만 불행이나 안 좋은 일이 일상의 평온함을 깨는 수준은 지속력과 강도가 상당하다. 그래서, 안 좋은 일만 안 일어나면 충분히 일상은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막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나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게 내가 고의로 한 잘못이 아니고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또 금방 지나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연히 즐거운 건 즐겁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긍정적인 순간과 사건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게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때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더 크게 즐거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무엇을 바라서 열심히 노력해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는 과정 중에 만족스러워하며 지내야지, 그 결과에 내 삶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안 걸려고 한다.
그렇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이 순간을 만족하자고 스스로 세뇌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삶의 태도는 분명 아니다. (나 또한 매일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약 일 년 반 동안 출근 전에 운동을 거의 매일 나감으로써 점차 얻은 정신적 소득이 아닌가 한다. 바로 자기 통제감이다. 한 시간 동안 운동하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 만족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쓰고 나면, 출근도 하기 전에 오늘 하루는 이미 다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하루가 완성된 느낌이라고 할만하다. 출근해서는 어차피 대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투성이다. 일, 사람, 하물며 때로는 점심 메뉴도 그렇다. 하지만 운동 덕분에 오늘 하루도 내가 통제하고 있는 하루라고 생각하며 남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실제 돌아가는 상황과는 별개로 내 인식이 중요하며, 삶의 만족에는 결국 자기 자신의 해석이 전부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또 이렇게 내 멋대로 글도 쓰면서 내 삶은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또는 착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본다. 그런데 내 삶에 취하면 남이 뭐 하는지 크게 궁금하지 않다는 점도 있어서 좀 경계는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