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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29. 2020

희망의 뿌리가 죽지 않았기를

회복 탄력성을 기대하며


지난가을, 한국에 2주 동안 휴가를 다녀온 사이 집 안에 두었던 화분 몇 개가 죽어버렸다....



미세먼지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곳에서  살기에 조금이나마 집 안에서는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화분을 사 들였다. 특별히 공기를 맑게 해 주고 실내에서 잘 자라는 녀석들로 골랐다. 자주 물을 주어도 안 되고 약간은 무심한 척 밀당을 하며 길러야 한다는 말에 신경 써서 무심하게 대했다. 물을 주고 싶었지만 참았고, 따뜻한 볕 아래 두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무심한 척 지나치면 식물들은 어느새 쑤욱 자라 있었다.



일부러 1주일 넘게 물을 주지 않은 적도 있었기에 2주의 휴가기간 동안에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몇 개의 화분이 바짝 말라 잎이 축 쳐져 있었다. 식물이 동물은 아니지만 반려식물로 마음을 주고 있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식물도 사람의 인기척을 아는 모양이다. 함께 있을 때는 물을 주지 않아도 파릇하더니. 오히려 귀찮게 하면 싫어하더니. 


말라버린 화분을 베란다 한 구석에 놓아두었다. 물을 다시 주어도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그 녀석들을 잊었다.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인도 사람들은 100년 만의 추운 겨울이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우리 가족에게는 뉴델리에서의 첫겨울이었다. 30대까지도 더운 것보다  차라리 추운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된 후로는 정 반대가 되었다. 차라리 더운 게 견딜만하다. 뼛속까지 시리던 지난겨울에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며칠 전, 베란다 청소를 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말라버린 줄기 사이를 뚫고 올라오고 있는 초록색 한 줄기를 본 것이다. 말라서 죽어버린 줄 았는데 뿌리가 살아있었나 보다. 그동안 베란다에 방치해 두었던 게 미안해서 냉큼  거실로 들여놓았다.

“엄마가 미안해. 네가 살아 있는지 몰랐구나. 어쩜, 춥고 외로웠을 텐데 죽지 않고 살아나 주었구나. 잘했어.”

원래 이랬던 아이
새로운 싹이 나오는 중


한국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상황은 인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확진자가 여전히 3명이며, 이들도 이미 회복되어 퇴원을 했다고 발표했다. 엄격한 격리와 빠른 대처로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자화자찬한다.

 발표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들  마음으로 “we hope so!! “라고 말할 .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갔다. 옆자리의 인도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인도 말이었기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차이니즈, 홍콩, 재패니스, 코리아는 알아들을  있었다. 혹시나 우리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우린 여기에 살고 있다.”라고 말할 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주,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남편에게는 아무런 증상도 없고 의심될 만한 것도 없지만 이번  예배는 집에서 가족끼리 드리기로 했다.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기 싫고,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있다. 실패와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삶을   풍부하게   있다고 한다.



죽어버린  알았던 화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며 회복 탄력성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식물의 뿌리가 죽지 않았기에 따뜻한 햇빛과 적당한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풍성한 이파리와 예쁜 꽃을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네 탓이라고 헐뜯는  대신,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대신,  지역 사람들을 매도하는 대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신.

따뜻한 격려와 적당한 도움의 손길, 타인을 위한 배려가 있다면 우리들도 다시 새싹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의 뿌리가 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그리고 우리들에게 잠재되어 있을 회복탄력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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