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l 03. 2020

그의 답장을 받았다.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했지만, 진짜 답장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날마다 메일함을 열어보긴 했다.

그렇다면 난, 그의 답장을 간절하게 기다린 건가??


 

그의 답장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리고 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런 메일을 받아보긴 생전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종류의  답장을요.

정말 궁금한 게 있어서 이렇게 다시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시라고요?

사실, 제 꿈도 작가인데,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돈을 벌어야 해서 이런 일을 하긴 하는데, 진짜 좋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돈이 필요해서 부업으로 하는 거죠.

제 꿈이 작가였어요.


사실, 브런치 작가에도 3번이나 신청했는데, 계속 떨어졌어요.

그런데 님은 제가 원하는 걸 다 이루셨네요?

어떻게 하면 님처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아, 그리고 제가 님의 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업무상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꼭 알려 주세요.

 

 




갑자기 멍해졌다.


지금의  삶이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삶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글만   있다면, 브런치 작가만 된다면, 구독자가 천명만 넘는다면,  한권만 출간할  있다면, 독립 출간을   수만 있다면, 출간 강의를   있다면.....


 역시 몇 년 전에 꿈꾸었던 일들이다. 

그리고 느리긴 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이루었다. 

 일들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높은 곳을 향해 눈을 돌린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이유가 뭘까? 


높은 곳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보다. 

아직 그만큼 올라간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숨이  막히다니.... 너무 서둘러서 급하게 올라간  분명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쉬어보자.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느껴보자. 

바람이 나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자. 

잘하고 있어. 날마다 글을 쓰고 있는  어디야. 포기하지 않고 걷는  어디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가는 거야. 그래야 주위를     있는 거야.” 




분명한 건 그의 답장으로 내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와우!

이 사람 비*** 약 못 팔겠네.

메일 하나로 자존감을 올려놓았으니.




그가 내 답장을 기다릴까? 아마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며칠 있다 써야겠다.

이럴 땐 적당한 밀당이 좀 필요하니까.





연결되는 이전 글


https://brunch.co.kr/@onyouhe/504



https://brunch.co.kr/@onyouhe/507



 

작가의 이전글 선물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