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사색_ 3
아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젖는다. 부풀어 오른 두 봉우리에서 생명의 액체가 하얗게 솟아오른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 아기에게 필요한 만큼 방울방울 맺힌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아기는 그 액체를 받아 삼킨다. 나와 아기는 이제 탯줄이 아닌 하얀 액체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은 곧 아기가 먹고 마실 액체의 재료가 된다. 하얀 액체의 형상을 띈 내 신체 일부를 받아 마시기 갈망하는 이 아기는 나의 일부, 나의 소유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말로 설명하거나 이성으로 논박할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한 강력한 힘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우리의 연합을 떼어놓을 수 없다.
젖 먹이기는 아기를 향해 각성된 모성을 가시적으로 분출하는 행위다. 여성성의 상징물로만 여겼던 두 봉우리다. 그러나 배고픔으로 오열하는 조그마한 얼굴을 끌어당겨 그 작은 입으로 봉우리의 끝을 깨물게 할 때, 여린 입 근육의 오물거림으로 인해 찡긋거리는 감각이 유선을 타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 때, 아직 호흡에도 익숙지 못한 아기의 코가 젖가슴에 파묻혀 숨이 막히지 않을까 근심스레 고개 숙이고 아기의 숨결을 확인할 때, 행여 아기를 떨어뜨릴까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작은 배를 나의 배에 바짝 붙이려고 아기를 안은 팔에 지긋이 힘을 가할 때 내 가슴이, 내 심장이 어머니의 이름을 얻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아직 밤낮의 구분이 없는 신생아는 밤중에도 낮에 그러는 것처럼 2,3시간마다 먹어야 한다. 순전히 배고픔이라는 감각 때문에 잠에 취한 채 온몸으로 울어대는 아기는 마치 한 마리의 작은 야생 동물 같다. 서둘러 굶주린 아기를 안고 젖가슴을 내어주면 이 작은 야생 동물은 눈도 뜨지 않고 젖 냄새를 향해 달려든다. 누구에게 빼앗길세라 날렵하게 젖꼭지를 낚아채 쪽쪽 빠는 모습은, 배고팠다기보다 목말랐던 사람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느낌에 가깝다. 나는 아기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기를 먹여 살리는 젖줄을 만드는 나의 몸에 은밀한 자부심이 든다.
그렇게 굶주림이 해결되면 아기는 나에게 고맙다 인사도 없이 어느새 잠 속으로 빠져들어 있다. 밤중 수유 후에는 트림도 않고 잠들어버리니 조금이라도 소화시키고 자기를 바라는 마음에 침대에 눕히기 전 아기를 세워 안고 10분 정도 기다린다. 마취라도 당한 양 이완된 온몸의 근육이 내 왼쪽 어깨에 찰싹 밀착되어 있다. 아기의 보드라운 뺨이 내 목덜미에 닿아, 쌕쌕 숨 쉬는 콧바람으로 간질간질하다. 내가 아기를 안고 있지만 아기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다.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던 깊은 외로움이 채워지는 것 같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아무도 모를 아기와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