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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고닫기 OPCL May 28. 2021

코드네임 곽두팔(feat. 택배포비아)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오늘부터 나는 '곽두팔'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에 사는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 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의 여성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서운 세상이다. 혼자 사는 여성의 집까지 찾아가 살인을 저지르다니.

그의 살인은 계획적이었다. 피해자 중 큰딸 A 씨의 SNS에 올라온 사진 속 택배 송장으로 거주지를 파악해 스토킹을 시작한 것이다. 3개월 후, 그는 퀵 배달 기사를 사칭해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혼자 사는 2030 여성들의 '택배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택배 포비아, 무슨 뜻?

택배 포비아의 '포비아'는 공포, 혐오, 증오를 뜻한다. 그래서 '포비아' 앞에 명사가 붙으면 그 명사를 두려워하는 현상을 뜻하게 된다. 이처럼 포비아는 '택배 포비아' 외에도 정말 다양하게 존재한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다 보니 나라에서는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안심 귀가, 여성안심택배서비스 등 여러 지원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이상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지원 사업은 없을지 찾아보던 중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SS 존(Safe Singles Zone)이다.



1인 여성 가구, 지역별 대책은?

SS 존(Safe Singles Zone), 2021년에도?

SS 존의 경우, 모든 여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자격에 부합하는 1인 여성 가구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년 한정된 예산이 소진되지 않으면 다음 해에 이월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인 여성 가구가 받을 수 있는 SS 존 혜택은 다음과 같았다. (자치구별로 일부 지원)


- 현관문 이중 잠금이 가능한 '보조키' 지원
- 외부인 모습 확인과 캡처가 가능한 '디지털 비디오 창' 지원
- 문·창문 강제 개방 시 경보음과 함께 문자 전송되는 '문 열림 센서' 지원
- 창문이 일정 정도로 열리지 않는 '창문 잠금장치' 지원
- 도어록 외 이중 잠금 가능한 '현관문 보조키' 지원

출처 | 네이버 공식 블로그 '창원시'

1인 여성 가구 지원자격은 자치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①1인 단독 세대주여야 하고 ②전세보증금(전세 환산가액(=보증금+월세 x12)) 1~2억 이하인 주택 거주자, ③아파트 거주자 및 자가 소유자는 자격에서 제외되곤 했다. (자격에 부합하는 1인 가구 여성이라면 자치구별로 3종~4종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 혼자서 점포를 운영하는 곳이라면 범죄자 침입 시 구청 CCTV 관제센터와 인근 지구대·파출소로 신고가 접수되는 '안심 점포 비상벨'을 지급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를 시행하는 자치구가 몇 없더랬다. 아마 작년에 대부분의 지역 예산이 소진된 것은 아닐지 싶다. 그렇다면 올해 2021년에는 어느 자치구에서 SS 존 사업을 시행하고 있을지?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성남시, 365 우리 집 지킴이 4종 세트 지원
창원시,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 3종 세트' 지원
관악구,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 3종 세트' 지원


(너무 적다...)


이 같은 나라의 지원 사업 외에도 나 스스로가 직접 택배 포비아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정리해보았다.



생활 속 '택배 포비아' 극복 꿀팁 1

택배 송장은 아세톤으로 지워서 버리기

출처 | 머니투데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택배 송장 지우는 법, 처리하는 법 등 택배 송장을 폐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송장에 알코올 뿌리기, 향수 뿌리기, 물파스 바르기 등 꽤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젤 네일용 아세톤을 뿌린 후 휴지나 화장솜으로 슥-슥 닦아주면 끝!

그중에서도 내가 직접 해봤던 방법으로 가장 효과가 있던 것은 아세톤으로 지우기였다.(특히, 일반 아세톤보다 젤 네일용 아세톤을 사용해야 더 깨끗하게 지워지더라.) 솔직히 향수를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런데 아세톤이나 물파스는 집에 있을 확률이 높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물건이다. 그래서 나는 택배 운송장을 지우는 방법으로 젤 네일용 아세톤이나 물파스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생활 속 '택배 포비아' 극복 꿀팁 2

'집에 남자가 살아요'

상대적으로 여자보다는 남자의 힘이 세기 때문에 범인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은 남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 아버지, 남편, 오빠, 남동생 등 '남자'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이라면 실제로 남자가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흔적(?)을 남기거나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신발 신는 곳에 남자 신발(구두, 운동화 등)을 놓아둔다든지 남자 목소리를 녹음해 놓는 것이다.


사실, 남자 신발을 둔다는 것은 누구나 알법한 방법이다. 그런데 남자 목소리를 녹음해둔다는 것,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방법이었다. 실제 한 유튜브 채널(대충남)에서는 '자취하는 사람들을 위한 남자 목소리 기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누구세요', '자꾸 이러시면 신고합니다.',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등을 남자 목소리로 말하는 내용이다. (서울 버전 1,2탄이 있고 평범한 감정과 열 받음 40% 버전도 있다. 이런 세심함 칭찬해)

출처 | 유튜브 채널 '대충남' 댓글 캡처

영상 댓글에서는 '실제 사례에 적용할 수 있어 고맙다'라는 글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남자 목소리를 녹음해두었다가 활용하는 방법 또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



생활 속 '택배 포비아' 극복 꿀팁 3

택배 수취인 명은 쎈 이름으로!

거주자가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도 있다. 바로 택배를 주문할 때 받는 사람 즉, 수취인 명을 쎈 이름으로 입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곽두팔/김춘식/두만욱/성두홍 등의 이름이다. (이름 하나로 굵직한 인상을 떠오르게 하는 이 방법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주문이나 부적 같기도 하ㄷ...)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쎈 이름(가명) 짓기가 유행이다. 그런데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져서 효과적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이름들이 너무 남발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준비했다. 에디터 옌의 '생일로 쎈 이름 짓기'. 오늘부터 이 콘텐츠로 하여금 나만의 쎈 이름을 지어 또 다른 부캐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꼭! 해보자.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나온 이름들로 문패 달아주고 싶다.)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아직까지도 미비하구나'

그렇다. 정말 그렇다. 사실 SS 존도 2017년부터 시행되었다고 하지만 대개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이런 부분도 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더 널리 더 많이 눈에 띄는 곳에 홍보해 주었으면 좋겠다. 더욱이 이번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통해서도 사람들은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올해 SS 존 사업 영역을 더 확장시켰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청 자격에 대한 폭도 더 넓혀야만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요구는 그대들도 댓글에 남겨주길 바란다.)

코로나로 답답한 시국, 여러 범죄 사건들로도 흉흉한 세상이다. 그래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 조금은 희망으로 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글을 적어보았다. 이렇게라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디터 '옌'의 3줄 요약
1. '택배 포비아'는 택배에 대한 공포, 혐오, 증오를 뜻한다.
2. 2021년,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SS 존 사업은 일부 자치구에서만 시행된다.
3. 생활 속 택배 포비아 극복 꿀팁
   ① 택배 송장은 젤 아세톤으로 지워서 버리기
   ② 집에 남자가 있다는 사실 알리기
   ③ 택배 주문할 때 수취인 이름은 쎈 이름(곽두팔, 김춘식, 두만욱 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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