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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May 03. 2024

D+4 알고 보니 연체동물


D+4



평소보다 늦어,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룹 운동을 하느라 몰랐는데,

개인 트레이닝은 줄넘기로 시작한다.

생각보다 힘들어서,

내가 이런 체력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런 대로는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투명하게 마주해버린 무자비한 현실.

개인 트레이닝은 기초 체력과 복싱 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중간 1:1로 코치님께 복싱을 배우고,

배운 것을 복습하며 뛰어보고, 샌드백도 친다.

아리송하던 자세와 개념들을 조금 알 수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는 게 어색하긴 했는데,

운동용에 맞는 얇은 안경을 놓고 오고

렌즈 사려던 것도 깜빡 잊어서

사야 자체가 흐릿해 버텨볼 수 있었다.

스텝을 연습할 때, 코치님이

동작을 그렇게 하시면 방어도 안 되고 얻어맞는다며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인중을 친다고 생각하면서

연습하라고 맞춤 교육을 해주셨다.

그러니 자세가 한결 나아졌다.

스텝의 간격 유지, 팔의 기본 위치, 상대의 인중만

생각하며 부지런히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한 가지 심각한 고민은, 분명 뼈가 있는데

자꾸 연체동물이 되고 마는 것.

허리와 발만 돌려야 하는데,

골반이며 상체며 머리까지 죄다

들썩이고 흔들거리고 있다.

어이가 없는데 연습만이 답이지, 뭐.

복싱장은 반소매를 입어도 더워서 땀이 잘 난다.

시간도 잘 간다. 손이 저리지만 않았으면,

곧 운영 시간이 끝나니 그만하셔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것 같다.

저릿저릿한 손가락으로 힘겹게 글러브를 벗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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