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복사 May 30. 2024

D+11 가만 안 둬, 가만둬


D+11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복싱은 동작이 8개 정도뿐이란다.

그런데 8개월 지나도 못할 거 같아.

배운 그대로 복습하면서도,

기본이며 전부인 ‘원 투’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

오늘은 그룹 수업으로 기초를 다시 복습하고,

연속 동작도 바른 자세로 달려보았다.

자세는 여전히 멋대로다(내 의지는 아니다).

매일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양치하다가 한번, 등산 갔다가 사람 없을 때 한번,

아침 기상 스트레칭 겸 한번, 복싱 배우는 거

자랑하느라 한번, 그런 식으로 연습하는 게 전부라

다시 수업들으러 가면 태초가 된다.

하얗고 말간 A4용지처럼.

배운 걸 담아 익힐 생각은 안 하고 까칠하기만 해.

줄넘기든 뭐든 잘못 동작했다가 깊게 다치고 만다.

그래도 주마다 나가고 있다고 제법

거울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대단한 발전.

골반은 나를 버려도 시야는 붙잡았다.

그럼, 이제 가드만 제대로 올리면

줘 터지는 건 막을 수 있는 걸까?

복싱은 격투 운동이다.

언제나 시선을 정면으로 두며

주먹은 상대의 코 또는 인중 어딘가를 쳐야 한다.

그러니까 쉐도우 복싱이라고

글러브를 차지 않고도 맨손으로도 연습하는데,

주먹을 어떻게 쥐라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코치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더 그런지,

퇴근하고 배우느라 평소보다 이해력이 부족해 그런지.

그래도 덕분에 요일과 시간을

정하지 않고 다니는 맛이 있다.

주먹 쥐라는 법부터 각각인데.

결론은 다 같은 말이겠지만,

나로서는 오렌지고 레몬이고 청귤이다.

죄다 같은 듯 다른 모양새.

계속 배우다 보면 차차 습득해 가겠지.

어디에서나 기초가 전부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내 골반이

내 의지와 의사대로 따라올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by 개복사

이전 11화 D+10 바라는 것은 두근 말고 득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