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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l 19. 2024

41 조각. 비가 오는 날엔 너를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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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조각



우천 시 취소.

운동인에게는 없는 말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운동한다.

장마처럼 쏟아지는 비에는 야외 대신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지만,

그 외의 웬만한 비에는 끄떡없다.

눈 오는 날도 마찬가지.

숨쉬기 운동만 하던 시절엔

‘운동’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뭔지도 왜 해야 하는지도.

단어가 주는 의무 때문에 책임감 또는 죄책감이

먼저 스며들어 그런 것도 같다.

운동을 다른 말로 표현할 때

시작하기 가벼운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이를테면, 찜질방?

운동도 아무튼 땀을 쏟아내는 일이니.

생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좀 더 격렬하고 전투적인 느낌이고.

사람 구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느슨하게 움직여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이 들고.

체력 증진? 이 정도도 가볍게 할 만한 느낌.

하지만,

다이어트? 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살 빼기? 이것도 마찬가지.

여름의 초입에서는

‘더위에 잡아먹히느냐 잡아먹느냐’

하는 슬로건을 세워

다시금 운동을 시작했었는데,

너무 전투적이어서 지금은

‘하면 하고, 아니면 다음에~’

하는 말랑한 심정으로 살고 있다.

굶는 것도 운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 되지만,

매달려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 때는 하고, 안 할 때는 최소한 의식이라도 하면서

기운 날 때의 계획도 세워본다.

그래도 여름이 오기 전

복싱장을 등록해 열심히 3개월 배운 덕에

사람 구실 하며 살고 있다.

코어가 많이 잡혔다.

그리고 두드러지는 다른 특징은,

발이 독보적으로 잘생겨졌다.

정말 발만.

붓기가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발만.

뭔가 더 딴딴하고 얇아졌다.

집에서도 꾸준하게 연습하고,

발바닥 아치 살리는 스트레칭도 해서

좀 더 극대화된 효과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수치상으로는 근육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몸도 조금 딴딴해진 느낌.

열심히 끼니를 챙겨 먹고 있다.

소중한 근육. 놓치지 않을 거야.

근육들아, 사라지면 가만 안 둬.

이번 장마는 늦게 시작되고,

특정 지역에 비가 많이 내렸다.

예보도 자주 어긋나니 이래저래 걱정이고

겁도 나고 생각도 많아지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것도 그래서 같다.

비 오는 날마다 듣는 노래들이 있는데,

여기저기 죄다 범죄자가 되어 들을 수 없다.

비 오는 날이 이어져도 독서왕이 되어가는 중.

늦게라도 정체가 밝혀져 다행이지만,

범죄자의 노래들은 모든 곳에서 싹 다 지워지고,

수익이든 뭐든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도

내게 닿지 않고(달콤한 내 인생에서 사라져),

그룹인 경우는 새로 녹음해 주면 안 될까?

여전히 사는 게 숙제고,

오늘의 운동은 어떤 구성으로 해야

끝내주는 운동이 될지 계획하며

번뇌는 강제 종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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