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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l 22. 2024

42 조각.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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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조각



웃음없는 삶은 끔찍하다.

빛을 알고 마주하는 영원한 어둠 같달까.

모르고 살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알고 난 뒤라 극대화되는 괴로움 같다.

웃을 일도 웃을 수 있는 상황도 없다면

어떻게 이 기나긴 여정을 버틸까.

웃는다는 건, 웃긴다는 것.

웃겨서 웃을 수 있는 상황은,

그만큼 편한 자리라는 것.

애매하고 멋쩍은, 사회생활을 위한

히읗 받침이 들어간 느낌의

아핳, 오홓 웃는 것 말고

입이 귀에 걸리듯 활짝 웃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무용한 영상들을 멍하니 넘기며 웃는 일도

사실은 즐거운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예능, 영화도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서

더 삭막해지고 마는 일상.

정말 웃기고 재밌는 웃음은

누구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 나온다.

비꼬지 않고 비하하지 않고 깎아내리지 않을 때의

있는 그대로의 즐거움.

안전과 생존과 생계에 위협받지 않을 때

비로소 새어 나오는 웃음.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이 장도연님이다.

'웃음을 위해 절대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겠다'는

장도연님의 철학은 삶이 지칠 때도 종종 떠올린다.

그건 개그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에 적용되는 명언이라고 생각해서다.

언제나 좋고 건강한 것보다

나쁘고 해로운 길이 쉽지.  

가장 쉬운 건,

잘 되는 것보다 잘 되는 걸 망치는 일이지.

반성하는 일보다

역으로 뒤집어씌워 위협하는 일이고.

왜 점점 웃는 일이 어려워질까.

그런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또 내 문제는, 왜 자신이 가장 늦게 알아채는지.

주변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왜 혼자 모르는지.

뒤늦은 후회와 반성과 노력은 무엇을 위해.

그것은 아마도 맑은 물에

어느샌가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을 없애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돌이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므로.

이유리 작가의 소설집 『웨하스 소년』에서는

단 하루의 기뻤던 순간을

저장해주는 목걸이가 나온다.

주인공은 특별하지 않은 날에

목걸이를 사용한 것을 후회했지만,

막상 하루를 끝내고 목걸이를 재생하면서

두 번 다시 없을 평온한 하루가 남은 것에 감사했다.

그런 목걸이라도 있어야 우리가 웃음을,

삶의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웃을 수 없었고,

해야 할 일들의 시간을 가늠하다 지쳤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그 와중에 점심은 맛있어서 좀 웃었다.

뭘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장마는 계속되고 습한 공기가 숨 막히고

공과금은 계속 오르고 맛있는 건 언제나 비싸며

비 피해나 사건, 사고가 도처에 끊이지 않지만

그래도 돌이켜본 당신의 하루에

웃음 한 가닥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힘이 나지 않아도, 우리 존재 화이팅.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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