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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Oct 04. 2024

65 조각. 우리에게 다시 오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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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조각



밥을 다 먹자마자

쉐도우 복싱하며 까불었다가

그러면 창자 꼬인다고 엄마께 혼났다.

드문 일이다.

그래도 고요한 정적보다

별일 아닌 일로 다투고 혼나는 게 좋다.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시간이 감사하다.

헤아릴 수 없고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을 건너

오늘을 함께 마주하고 있는 자체로.

이따금 돌이킬 수 없게

한 시절을 넘어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보통 성장이라고 칭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음의 시절에서

내게 소중한 것이 사라질까 두렵다.

내가 아는 온기와 다정함과

때가 묻은 익숙한 부피감까지도.

언제나 가진 것이 없다고 느꼈는데,

이별이 두려워지고 보니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정말 사람은 꼭 뒤늦게 후회하고 마는 걸까.

지금 얼마큼 열심히 살고 잘해도

미련과 후회가 남기 마련일까.

그러고 싶지 않아

미루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잘 모르겠다.

쉽지 않다.

나는 다 붙잡고 싶다.

놓치고 싶지 않다.

욕심인 걸 알면서도

시간을 붙들고 놓아주고 싶지 않다.

그러니,

사랑할 수 있는 날에 마음껏 사랑해야지.

전할 곳 없이 메아리치지 말고

곁에 함께일 때 말하고 표현하며

온전한 시간을 누려야지.

우리에게 다시 오늘이 온다면.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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