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 Feb 18. 2024

올해는 뭘 했더라,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월 중순, 설 연휴가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온지 며칠째입니다. 엊그제 인스타그램 드로잉으로 쓰고 있던 드로잉북 한 권을 끝냈어요. 45번째 스케치북입니다. 꽉 채운 드로잉북을 보는건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하루 10분 남짓 투자한 작은 그림이지만 모이면 꽤 두터운 한 권이 되요. 그렇게 몇 권이 쌓이면 1년이 되고, 10년이 채워집니다.


연말마다 올해는 뭘 했나 돌아보곤 하지요. 그것도 며칠 전 일 같은데 한달이 훌쩍 넘게 지났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시간을 돌아보며 그동안 채운 드로잉북을 열어보곤 합니다.

그림으로 그린 순간들은 마음에 진하게 남아요. 일기장 속의 메모와도 조금 결이 다릅니다. 한 장씩 넘겨보면 그 그림을 그린 순간이, 그리기로 선택한 이유가,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꽤 생생하게 일 년을 돌아볼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린다는건 대상을 ‘자세히 본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그리든 아니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든 아니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어요. 그리려는 대상을 자세히 바라보고 생각해야, 혹은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그림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십 년 동안 그려온 작은 그림이 이만큼 쌓여있다는 건, 제가 관심을 갖고 친구들을, 그들의 일상을, 혹은 특별한 순간들을 그만큼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제 친구들의 모습과 제가 그림으로 옮기는 장면들이 그렇게 십 년치가 쌓였습니다.


이전 05화 부럽다, 부러워. 나도 해 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