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노 레인, 노 레인보우

by 해처럼


몇 해 전 목감기를 된통 앓았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 심한 목감기를 앓은 적이 없었다. 처음엔 감기가 살짝 왔나 싶더니 점점 뼈마디가 쑤시고 목 부근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시작됐다. 다음 날 아침 무언가 말을 뱉으려던 내 목구멍에서 그저 허무한 바람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나는 목소리 없는 여자로 살아야 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글로 써야 했을 정도로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불에 덴 듯한 통증 만이 고요히 머물러 있었다. 그러한 고통스러운 상태로 일주일을 보내자 겨우 발성이 가능해졌다. 목은 차차 회복되어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소리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다. 타인이 감지할 수는 없는 오직 나만 아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전보다 맑은 음성으로 이전보다 약간 더 높은음을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노래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음악에 관한 한 어떤 무엇도 아니지만 전보다 더 높은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꽤 신나는 일이었다. 대체 그 고통의 일주일간 내 성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더 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부러 성대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일까 싶었지만 이제 그 현실성을 믿게 되었다. 상처가 나고, 견뎌 내고, 치유가 이루어지는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거기 분명 어떤 종류의 성장이 있다는 것. 그렇게 얻어낸 성장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전으로 쉽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대개의 것들은 딱 그만큼, 그 고통의 무게만큼 성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노 레인, 노 레인보우. 그러게. 무지개는 비가 오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작은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온몸으로 폭우를 견뎌내며 날아갈 타이밍을 엿보듯이 숨죽여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체험 고통의 현장을 일부러 방문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미 주어진 상황이라면 왔네, 결국 오고 말았어의 심정으로 성장 바로 이전의 시간을 견뎌내는 걸로.



조금만, 조금만 더 견디자. 창 밖으로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2021 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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