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은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작은 종은 그럴 때마다 큰종으로부터 왠 호들갑이냐며 핀잔을 듣는다
큰 종은 가벼운 바람쯤이야 덤덤하게 흘려 보낸다
작은 종은 감히 생각한다
'나는 왜 세상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걸까?'
'큰 종은 나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수가 없는 걸까?'
참새 한 마리가 사뿐이 나뭇가지에 내려 앉았다
참새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 짹짹짹 지저귄다
작은 종에겐 그 소리가 음악으로 들린다
작은 종도 '소리'를 내고 싶지만 바람이 부재하다
그런 맘을 안 것인지 참새가 작은 종 옆으로 날갯짓을 하며 지나간다
바람이 일자 작은 종도 소리를 낸다
은은하다 못해 땅 위에 부지런히 오고가는 개미도 듣지 못할 작은 소리이다
작은 종은 언젠가 큰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울림은 온산을 울릴만큼 웅장했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반면 작은 종의 소리는 경박했다
하지만 작은 종은 친구들이 많다
바람, 참새, 꾀꼬리, 나비, 벌....
심지어 모기도 있다
그들도 안다
나의 작은 소리가 그들에겐 물결의 파동처럼 잔잔한 생동의 흐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