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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주황 Dec 05. 2021

조용히 말 문이 닫히는 일과 쏟아지는 말들은.

동그란 우물 위에 반달 모양을 하고 있는 문 둘.



말문이 언제 닫혔는지 주위는 조용했습니다. 전주에 가서 봤던 우물 위 돌이 생각났습니다. 말이 담긴 우물 위에 있는 돌은 우물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의 문은 손잡이가 없었고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습니다. 직장동료와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고 고민이 길어지는 바람에 노랫소리가 커졌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차 안에 울리는 노랫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나와 동료의 음악 취향이 비슷했고 불편함 없이 회사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날 들었던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소리를 기억합니다.

애석하게도 동료의 스트리밍 추천이 조금씩 취향을 빗겨나가고 있을 때, 동료는 듣고 싶은 목소리를 찾아서 목록을 뒤적입니다. 차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던 우리는 금방 음악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점프했습니다.

운전과 음악 목록을 뒤적이는 동료 대신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나의 입은 닫힌 우물 위 돌을 어떻게 들어 올렸는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합니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요즘은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나의 생각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까운 사이라도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하는 고민도 끼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폭을 줄이고 반달 모양의 문을 우물 위에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가 우물 위 돌을 움직인 듯합니다.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 놓는 바람에 그다음에 어떤 가수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바깥 풍경과 풀어 헤쳐진 생각이 한꺼번에 거름망 없이 나와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동료는 갑자기 바뀐 나의 무드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내는 사람이라고 호탕하게 말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습니다.

그날 나의 말들이 동료에 귀에 시끄럽게 들렸는지 편안하게 들렸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것보다 나는 이렇게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데 왜 말들은 자주 흩어지는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입에서만 맴돌다가 다시 찾을 수 없는 말들을 찾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문을 여는 열쇠는 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 11화 말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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