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포카라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은 둘째 날부터 시작이었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 아침을 먹고 포카라로 이동하기 위해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당연히(?) 포카라에서도 비행기가 연착되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1시간 30분은 족히 늦어진 것 같다.
하지만 가이드 왈,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조금밖에 안 기다렸어요.”
다른 팀은 아침 일찍 나와서 오후 4시에 타기도 했다고. (도대체 얼마나 연착된 것인가!!)
물론, 나는 놀랍지도 않았다. 훗, 인도 배낭여행 때는 13시간 기차가 연착된 적도 있었다! 그때 나는 도대체 어디서 뭐가 꼬여야 늦게 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었다. 밤이 되어 날은 춥고 기차는 오지 않고 기차역에서 꼬박 밤을 새우게 생겨 화가 나 있는데 인도인들이 얼마나 차분하게 솜이불을 바닥에 싹 깔고 눕던지. 마치 나는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그래, 화내는 내가 바보다.’
그때 앞으로 20년 간 있을 모든 대중교통수단의 연착에 대한 분노가 다 내려놓아진 것 같다. 아직도 별로 화가 안나는 것을 보면.
여하튼 그렇게 우리는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중간부터는 지프차를 타고 이동했다. 진정한 오프로드를 경험했다. 산이 어찌나 크고 깊은지 버스를 타고 지프차를 타고 아무리 이동해도 우리의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산의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가 너무 커서 전면을 가렸다. 그 산의 꼭대기는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안개에 가려 그 끝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커다란 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던 시기에는 네팔의 추석이라고 했다. 명절이라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거리를 뛰어놀고 염소며 소며, 말이며 동물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걷고 있었다.
이 거대하고 깊은 산속에 알알이 박히듯이 사람이 여기저기 살고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자연은 모든 것을 주고 있다’는 진부한 말이 가슴속에서 울렸다. 산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도 대단하고 사람도 대단했다.
그렇게 지프차로 2시간가량 달리자 드디어 첫 산행의 출발지에 도착했다. <계속>
[히말라야 여행의 꿀팁]
지프차가 엄청 흔들립니다.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가요. 허리가 아플 수 있으니 주의.
히말라야에는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생각과 다를 수 있어요. 위생에 민감하다면 힘들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