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유명한 책인데 아직까지 안 읽고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류의 책이겠거니 하고 넘겨두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문득 다시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한 노숙자가 70대 여인의 파우치를 찾아주는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알고보니 그 70대 여성은 편의점의 여사장이었으며 노숙자는 꽤 경우바른 사람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편의점의 야간 알바가 그만두게 되고 그 빈자리에 노숙자가 알바로 들어가게 된다.
편의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를 지나쳐간다. 낮 타임 알바들, 세일즈맨, 동네 할머니, 작가, 흥신소 직원 등등. 노숙자는 그들과 교류하면서 단순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동시에 알콜성 치매로 잃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와 과거를 조금씩 되찾게 된다.
사실 노숙자는 대리수술로 의료사고(환자가 사망함)를 낸 의사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와 딸이 그를 떠났고, 그는 기억도 잃어버린 채 매일 술을 마시며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던 거였다.
이 부분이 큰 반전이었는데 분량에 비해 조금 늦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반전 이후 급전개로 소설이 끝나서 독자인 나는 노숙자의 과거를 받아들이기가 조금 버거웠다.
그동안 사회성 떨어지고 조금 늦되어 보이던(?) 사람의 정체가 의사였다는 점, 불편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따뜻한 온기를 주던 사람이 의료사고로 환자를 죽게 만든 사람이라는 점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독자인 내가 이 노숙자-의사의 공과를 가늠해서 용서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도 전에 소설이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나는 아직도 주인공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삶이 이어진다는 결말은 좋았다. 아내와 딸에게 용서받든 아니든 삶은 이어질 것이라는 결말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의 (앞부분의) 선하고 단순한 지혜들이 좋아서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