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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19. 2024

대안적 사유와 삶의 방식으로서의 헤르메틱

-<헤르메틱> 7화.



이 글은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의 내용을 요약. 편집하였습니다.



하인리히 롬바흐(Heinrich Rombach) 1923~ 2004


독일의 철학자. 수학, 물리학, 철학, 심리학, 교육학, 역사학 및 예술사를 공부하고 1949년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49년 <문제의 근원과 본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으로 철학 공부를 마친다.
1955년 <본질. 체계. 구조>라는 제목의 연구로 교수자격을 취득한 그는 1964년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1971년 독일 현상학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지냈다.
1990년 정년퇴임하고 2004년 뷔르츠부르크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실체. 체계. 구조> , <구조존재론>, <정신의 삶>, <현재의 의식의 현상학>,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구조인간학>, <철학의 현재>, <도래하는 신>, <사회적 삶의 현상학>, <근원>, <용들의 싸움>, <살아있는 구조> 등이 있다.

그는 구조적 심층현상학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동아시아(일본, 한국)에서 수용되었으며, 현대의 기초 철학 연구에서의 문화적, 지성사적 문제에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
롬바흐는 철학 연구의 세 가지 방식을 발전시켰고 이를 강연하였다.
1. 구조존재론
2. 그림철학 또는 역사 현상학
3. 헤르메스학 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해로서의 세계이론




롬바흐는 헤르메스 신화에서 현재 위기에 봉착한 인류를 위한 대안적 사유와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자 한다.

신화에는 학문이 파악할 수 있는 것 모두를 뛰어넘는 깊은 진리가 들어 있다고 본다. 신화는 학문보다 깊이 현실을 포착하고, 학문보다 총체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보다 생동적이고 의미있는 바람직한 미래의 삶을 모색하기 위해 새로운 신화학, 즉 '철학적 헤르메틱'을 시도한다.


롬바흐는 아폴론 신화와 헤르메스 신화를 대비시킨다. 아폴론과 헤르메스는 둘 다 제우스의 자식으로 이복형제간이다.

아폴론과 헤르메스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그들은 상반된 것, 즉 이를테면 명확한 밝음과 어두움, 일반성과 고유성, 하나의 세계와 다양한 세계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고정적인 질서와 그 구성원들의 어우러짐 속에서 창조적으로 발생하는 역동적 질서와 같이 상반된 것들을 대변한다.

이 책의 원제는 <세계와 반대세계(Welt und Gegenwelt)>이다. '세계와 반대세계'란 내용적으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를 가르킨다.








태양의 신, 빛의 신, 활쏘기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은 서양문화의 주류를 대변하는 신이다. 세계의 중심을 지키고 있던 왕뱀 퓌톤을 퇴치하고 델포이 신전을 세운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쏘아 맞추며 어두운 것을 제거하고 병든 것을 치료하는 태양처럼 모든 것을 순화하고 정화한다.

즉 어둡고 나쁜 것에 대한 승리자인 아폴론은 중앙으로부터 모든 것을 가르고 각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지정해주며, 작고 악한 것을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이렇게 중앙에서 정해져 만물 위로 던져지는 질서는 반대 가능성들이 나타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 질서는 유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폴론이 태어난 섬은 델로스(명백하게 드러난 곳)라고 불린다.







반면 헤르메스는 어두운 동굴에서 태어난다. 뱀 두 마리가 서로를 휘감고 있는 마법 지팡이와 날개 달린 신발, 그리고 여행모자 등을 신표로 하고 있는 헤르메스는 '신들의 사자'이고 죽은 사람이 지하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돕는 '영혼의 안내자'이며, 전령과 통역자의 보호자이다. 즉 세계들을 넘나드는 그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들의 신이다. 이 신의 인도 하에 우리가 도달하는 세계들은 드러나 있는 일상성의 세계에 대해서는 불가해한 것, 그런 의미에서 닫혀 있는 어두운 세계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들은 한없이 풍요로운 참된 자유의 세계들로 경험된다.



롬바흐는 '헤르메스적 세계'를 지금까지 지배적인 세계였다고 할 수 있는 '아폴론적 세계'에 대한 대안으로 간주한다. 헤르메스적 세계들은 우선은 기존의 지배적인 아폴론적 세계를 '반대세계'라 칭한다. 하지만 헤르메스적 세계가 제대로 전개되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반대'의 성격을 갖지 않는다. 헤르메스적 세계는 긍정적이 된다.

긍정성은 헤르메스적 세계의 한 근본특징이다. 헤르메스적 세계에는 이 밖에도 출현과 몰락, 자기초월, 공(共)창조성, 일체성과 같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다른 많은 특징들이 있다.

 


롬바흐는 헤르메스 신화를 중심으로 하여 헤르메스적 현상의 이러한 근본특징을 읽어내고 높은 수준에서 재구성해 보임으로써 다양한 세계들 사이의 차이가 존중되는 평화로운 공동체,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새로운 사회의 도래에 기여하고자 한다.



Hermetic(라틴어로 hermeticus)은 본래 연금술, 점성술, 마술 등의 비학(泌學, 泌術) 또는 비교 (泌敎, 비밀 가르침) 를 의미한다.

롬바흐는 이러한 헤르메틱을 전근대적인 것이라 여기고 단순히 포기하지 않고 철학적으로 재조명하여 그것이 의도하고 있던 본래적인 모습을 재구성하는 시도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근본적인 생명성을 발견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르메틱은 문맥에 따라 헤르메스학, 헤르메스 철학, 헤르메스적 운동(방식), 헤르메스적 사건(현상), 헤르메스적 세, 헤르메스적 원리, 헤르메스적 성격, 헤르메스적 기술(예술)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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