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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의 역설

by 딸리아 May 27. 2022

오래 간만에 KTX에 올랐다. 서울-부산, 서울-대전, 서울-대구 가는 내내 이것 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다. 

대중교통에는 버스, 택시, 기차, 지하철, 여객선 및 비행기 등이 있고, 안전성과 편의성, 신속성, 노선 등으로 그 대중교통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한다.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몇 가지 느낀 바를 적고자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1. 듣지 않아도 될 남의 사생활을 알게 된다. 2. 맡지 않아도 될 생활내를 알게 된다. 그들에게서 흘러 나오는 사적 얘기와 멈짓한 냄새,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겐 볼륨 조절이나 턴오프 스위치가 없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그들이 풍기는 대로 오롯이 듣고 맡고 독박을 쓴다. 


대중교통 비용이란 나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부산으로 운송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이다. 내가 지불해야 할 운전 스트레스, 휘발유와 도로 사용료 등을 대신 내주고 나를 이동시켜 준다. 하지만 정작 알고 싶지 않은 정보와 냄새를 참고 견뎌야 하고, 때로는 불편한 승객으로 인해서 도착지까지 입게 되는 공포에 대한 비용이 계산되어 포함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견딜 수 없이 심한 소음과 참을 수 없는 냄새가 풍길 때면 ‘내가 이걸 왜 탔을까’ 부터 시작해서 ‘이런 불편함을 안고서 나는 왜 돈을 내야 하지?’ 싶다. 


이런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좌석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사람이 많고 적음과 불편함이 비례하기 때문에 그 근원의 수를 줄이고 싶다면 피동적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사지육신을 원활하게 펼치고, 가지고 있는 소지품들을 안전하게 두고, 나의 고요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즉 내 개인적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 돈을 더 주고라도 업그레이드 해야지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는 나의 육신이 편하기 위해서이다. 자차를 이용하는 것 보다 시간을 절약하고, 바깥경치를 보면서 생각도 하고, 잠도 자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선택한 교통수단 내에서 방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오롯이 내 탓인가? 순간의 선택이 잘못됐다며 왜 대중교통을 이용했냐고 나자신을 나무라야 하는가?


대중교통의 서비스 측정지표 중 편의성에 ‘접근성’과 ‘혼잡의 정도’ 외에 타인으로부터 오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공기청정기를 세차게 돌리든가 손님들에게 조용 조용하라고 암묵적 가이드를 한다거나 하는 서비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평가 받을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과 고객의 생활 패턴 변화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려해주면 좋겠다. 

   

싼 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런 저런 불편함을 말하는 내가 잘못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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