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교실 속 차별과 아이들의 마음
새 학기가 시작되면 누구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특히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모든 학생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감정이지 않을까.
"우리 담임선생님은 차별을 안 하실 것 같다"
첫인상은 어쩌면 모든 학생들의 간절한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1980년대, 교실 속 이야기를 통해 한 중학생의 차별과 사랑이라는 두 감정의 경계에서 방황했던 그 시절을 돌아보고자 한다.
1980년대의 교실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한 반에 60명 가까운 수의 학생이 있었고, 교사와 학생 간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했고, 체벌은 일상적이었다. 그 속에서 권력자인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교실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부유한 집의 아이들, 외모가 출중한 아이들.
그들은 늘 선생님 곁에 있었고, 관심 대상이었다.
이러한 구분은 분명했고, 학생들은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소풍날이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도시락을 챙겨 오는 아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서운하기도 했다.
도시락은 화려했고, 층층이 다양했고, 무엇보다 맛있어 보였다.
어느 날 있었던 학부모 면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엄마가 선생님께 건넨 봉투와 그때 마주친 선생님의 미소.
그날 이후, 선생님은 나를 다르게 대하셨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의 달라진 태도에 좋아하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선생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차별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고, 이쁘지도 않았던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공부'가 아니었을까.
그 덕분에 안 맞고, 안 좋은 소리 덜 듣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아닐까.
성적은 객관적인 수치이다.
외모도, 경제력도 타고나야 하는 것이지만,
공부만큼은 자기 노력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는 대학 못 간다.”
선생님의 단정적인 말씀에 반발심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이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
나에겐 이렇게 들렸다.
"돈도 없으면서, 공부도 못하면서… 대학엔 왜 가려고 하니? “
지금도, 교실 속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도 많은 학생들이 성적, 외모, 경제력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4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차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 시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 내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교실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인격이 형성되는 곳이다.
차별의 경험은 학생들의 자존감과 정서 발달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특히 청소년기의 차별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열등감으로 남아 영향을 미친다.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할 학창 시절이 악몽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 간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속에서 차별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사라는 무게를 짊어진 자리에서는,
차별을 ‘우등과 열등’의 가름이 아닌 ‘다름’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차별을 관심을 ‘주고 안 주고’가 아닌 ‘관심의 종류’로 해석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을 무작정 아닌 척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원칙을 가지고 행해야 한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