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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어깨너머

2023년 4월 #2

by 올디너리페이퍼

날이 오락가락하는 한 주,

따끈보다 조금은 뜨거운 햇살과 강한 바람으로 찬 공기가 머무는 날씨.

허리통증으로 고군분투하는 지난 두 주였습니다.

아찔하게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병원을 다녀야 했고, 침에 추나에 도수에 수시로 찜질.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에서 도수치료를 받았습니다.

나긋나긋 AI와 같은 친절한 말투로,

하지만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두 눈으로 저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촉진으로 진단을 하고, 설명을 하고, 저의 통증 감각을 질문하는 물리치료사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분이 “여기는 타협할 수가 없어요”인가 “여기는 양보할 수가 없어요”를 반복해 말하며,

어느 한 지점을 강하게 역시 반복적으로 눌렀습니다.

나는 안 아프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아프게 할 수밖에 없다고, 이것이 너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강한 신념을 담고 있는 태도로.

AI와 같지만, 동시에 인간 같기도 한.

또는 인간 같지만, 그러기엔 꽤나 의무적인.


타인에 의해 초단위로 변화하는 저의 통증을 감각하며

문득, 내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내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타협할 수 없었던,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타협과 양보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떤 단어였는지 지나고 나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사하기, 밥은 깨끗하게 쩝쩝 소리 내지 않으며 먹기, 다리 떨지 않기, 노약자에게 자리 양보하기, 빈 접시는 곧바로 설거지하기, 외출복을 입고 침대에 눕지 않기, 오타 없는 문서 작성하기, 말 되는 문장 만들기, 공공장소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잘하기

와 같은 개인의 소소한 생활태도나 습관도 있고,

지각하지 않기, 대충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하기, 약삭빠르게 사람 대하지 않기, 맡은 프로덕션과 일과 맞추며 사람들에게 충실하기

등 사회생활이나 관계를 맺어가며 실천해야 하는 인식과 행동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나, 예외는 없나 싶습니다.

추구하는 바와 실천과 습관 사이사이에 관계와 시간이 개입하면서 예외도, 인정도, 타협도 자리 잡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론 죄책감이 들고, 때론 자기변명을 하거나 스스로 타당화를 시킵니다.

그리고 이따금 예외를 저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지…라는 위안과 함께.

그렇게 하루하루, 한해 두 해를 살아갑니다. 나이 들어가고 변화해 가고, 어울려갑니다.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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