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
지난 화요일에 <스푸트니크>(박해성 연출)를 봤습니다.
예약은 해놨는데, 당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잘 못 쉬어서인지 요즘 계속 컨디션이 안 좋네요) 갈까 말까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다가, 공연장이 집과 가까운 곳이라 집을 나섰습니다. 공연이 없어 딱 하루 쉬는 날이었거든요. 저도 공연이나 연습이 있어 저녁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는 다른 공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데, 막상 시간이 생기면 휴식이 더 필요하긴 합니다.
그래도 결론은!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상담사를 하고 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연구소로 옮기려는 사람,
돈을 벌기 위해 군대에 왔지만 복무기간이 지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주스가게를 하려는 사람,
난민으로 고향을 떠나 수용소에 있지만 이곳을 벗어나 희망의 땅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
직장 때문에 중동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어 집이 어딘지 몰라 마음이 비어 버리고, 결국 일을 잠시 중단한 사람.
극 중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실패를 하거나, 목표 달성 쪽으로 한 단계 나아가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목표 쪽으로 한 단계 나아간다고 그것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저를 보았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저의 적정한 역할을 찾는 것, 지금 이후 저의 적당한 자리를 찾는 것.
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고,
며칠 전에는 공연팀을 위한 케이터링을 준비하다가 격하게 한탄했거든요. 항상 기분이 좋아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정성스럽게(정말입니다!) 하던 일이었는데 말이지요.
사람은, 그리고 자리(역할)는 자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사람은 다른 이들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금요일 새로운 자리와 그로 인해 만나는 사람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더 고민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힘든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또 다른 주변 사람들로 인해 이겨냈던 순간이 있었고,
저 스스로의 마인드컨트롤로 지나 보냈던 순간이 있었고,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냥 성인이 된 그 사람을 그대로 인정했던 것 같고,
그중에 나에게 좋은 부분만 취했고,
그리고 나머지는 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를 당신이 마주한 지금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인드세팅을 바꾸는 것이 일단 시작입니다.
성향 탓인지 상대를 바꾸기보다는 나를 '조정'하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해왔습니다. 정답인지는 몰라도 그냥 나 스스로 편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소심하고 비겁하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본질은 어디 가지 않겠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모습을 지니고 있답니다.
좀 고루한 엔딩일 수는 있어도 저는 아직 믿습니다.
그 사람이 좋은 이든 나쁜 이든, 내가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모든 사람에게는 내가 배울 것이 있다고. 그리고 당신으로 인해 그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그 사람의 몫입니다.
현재도 저는 다른 사람을 향한 저의 마인드세팅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