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3
불혹의 나이가 된 순서의 메일입니다.
마흔이 불혹의 나이라는 것은 지금 세상에는 참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으로부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거나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끊임없이 흔들리는데 말입니다.
그저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불혹의 나이가 뒤로 밀려야 한다고만은 생각되지 않습니다.
밀린 나이에는 또 그 나름의 유혹거리들이, 넘어갈 거리들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져야 한다고 하는 또는 필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복잡다단한 관계는 인간이 단순한 정신과 마음으로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수용하고, 완전히 넘어가지 않고 나를 적당히 다스릴 정도의 헤아림이 간간히 생길 뿐이지요.
그러면 다시 넘거나 온몸으로 맞이해야 할 또 다른 유혹이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또 다시…
어쩌면 욕망이 곧 인간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유혹과 욕망의 종류와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혹과 욕망에 대처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위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쨌든 마흔이란 나이는 유혹에서 멀어질 수 '없는' 나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이 순간은 살아가면서 남과 나를 해하는 물욕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비록 오늘 한없이 올라가는 전셋값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속옷과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카드를 긁어댔지만 말입니다.ㅎ
지난 주말 퇴근 후 잠깐의 휴식,
오늘 식구들과의 식사와 이후의 짧은 쇼핑시간을 제외하고
매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번 주말은 휴식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지난주의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 애써 컴퓨터와 일 생각에서 떨어져 보냈습니다.
지난주 일을 하다가 문득 제가 좀 비워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초보 팀장으로서 내 시간의 20%는 비워두어야겠구나.
그래야 다른 친구들이, 그리고 외부의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예기치 않은 순간이 저의 시간에 들어왔을 때,
평화롭게 대응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내가 나서서 나를 지치지 않게 해야겠구나,
그래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또한 지치지 않게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그게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에게는.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모두의 숨이 지금 우리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우리여서 다행입니다.
같이 숨 쉬며 지내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이 글은 메일링 당시 40번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