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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박물관 이야기

자연사박물관

by 올디너리페이퍼

그간 이 동네를 왔다 갔다 했지만, 바로 지척에 자연사박물관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지하철역 이름도 나투르쿤데 무제움이라고 자랑스럽게 쓰여 있는데. 산책 중 지나가면서도, 간판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데 대기중인 단체 어린이들이 드문드문 있는 것을 보고 아 저기에 티켓 구입해서 들어가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정도만 알아차렸었다. 어린이들이 많아서 나랑은 관련이 없는 곳으로 미루어 짐작했던 것 같다.(물론, 실제로 공룡뼈, 화석, 돌 등을 보러 온 어린이 관람객이 정말 많다. 부모님 또는 인솔자로 보이는 선생님들도 많고) 그런데, 알고 보니 자연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Naturkunde Museum)

13.27m.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의 뼈로 기네스북에서 인정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뼈가 입장하자마자 압도적이다. 전시물을 보니 이렇게 어마어마한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첫인상은 거-대하다, 머리가 몸에 비해 말도 안되게 작다. 공룡은 효율성이 낮아 지구상에서 멸종한 생명체라고 하는데, 결국은 지구의 생애주기 중 어느 한 시기와 맞물려 사라진 거겠지.

브라키오사우르스와 기둥과도 같던 다리


공룡 외에도 지구의 역사, 태양계, 포유류, 조류, 곤충 등 다양한 것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좋게 말하면 인상적이고, 솔직히 기이했던 것은 ‘wet collection’과 ‘박제’였다.

‘wet collection’ 구간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한때는 생명체였던 것들이 본연의 색을 잃고 모두 비슷한 희뿌연 존재로 노리끼리한 투명 보존액에 담겨 진열되어 있다. 엄청나게 넓고 높은 방을 열을 지어 채우고 있는데, 사실 끔찍해서 자세히 볼 수도 없었을뿐더러 시간이 꽤 지나고 나면 저 안에 지금의 인간이 있지 말란 법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능한 서둘러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이 방 하나가 거대한, 죽음으로 멈춰버린 생명체와 같이 느껴졌다면 다소 오버일까.

인간이 지구, 자연의 역사와 흐름을 연구하고, 보존하고, 기록한다는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동시에 과연 보존이라는 것이 무언인가,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리고 생명체를 박제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보여주는데 그 존재들을 보니 과연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실제가 아닌지 혼동이 오기 시작했다.

그저 박물관, 보존, 자연사 등등에 대한 나의 무지함 때문이겠지만 얼른 한 때 살아있음이 확실한, 하지만 인간이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인 거대공룡의 뼈를 다시 한번 보고 빠져나왔다. 동물들 더욱이 곤충과 조류에 대한 나의 공포로 인해, 나와서 보니 사진도 별로 없다. 하하.

개인적 특성상 하나하나 뜯어볼 수 없는 구역이 있었지만,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이 방문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 소위 유럽의 내로라하는 박물관들처럼 거대한 규모가 아니라 보면서 쉬이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이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박물관을 방문하면 항상 지금의 인류세에 대한 상념에 빠지기 십상이고, 과연 인간이 가능한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를 저울질하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우울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답은 없지만.

삼엽충과 고대 수중 생명체 / 박제하는 과정 중 일부
지구 역사 중 지금의 인류가 살고 있는 시간은 짧디 짧은 'Today'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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