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를 썼다.
이번주 내내 무더운날에 업무가 분주하기도 했고
정기검진때 태반이 조금 내려와있다는 말에
신경이 쓰여서 하루 쉬고싶었다.
오빠랑 같이 눈뜨고 아침을 먹을 수 있는날이다 야호!
인사발령이 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갑작스런 발령으로 나는 수-일 근무를 하게되었고
(토일 근무, 월화 휴무)
우리는 결혼하자마자 ...
본의아니게 주말을 빼앗겨버렸다
퇴근후 저녁을 함께 보낼 수 있었지만,
연애할때처럼 낮에 데이트를 할수는 없어서
아쉬운날도 많았다.
결혼하고 주말을 함께 오롯이 보내지 못하다가
이렇게 의도치않게 연차를 쓰게되니
아침부터 함께할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뻤다
같이 기상하고, 아침을 뭐 먹을지 고민하고
적당히 빈둥거리고 또 점심을 뭐 먹을지 고민하고
간단한 외출 후에 저녁을 함께하는것
멀리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24시간 함께하니 이게 여행같았다
이날 아침엔, 프렌치토스트가 먹고싶어졌다.
퐁신퐁신하고 촉촉하고 달달한...!
우리 쉐프님은 유튜브를 순식간에 훑어보고
구상을 끝냈는지 빵만 구비하면 되겠다고 했다
집앞 파리파게트가 그렇게 일찍 문을 여는지 몰랐다
우리는 아침 8시 좀 넘어 빵을 사고
남편은 계란, 시나몬가루, 바닐라시럽, 소시지, 토마토
등 냉장고에서 엄선한 재료들로 그렇게 아침을 열었다.
고소한 버터냄새와 달달한 바닐라시럽향을 맡으니
마치 어느 리조트에 온것처럼, 레지던스에 온것처럼
주방과 거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빠의 뿌듯한 미소까지 더해져
나에겐 완벽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 : 음~~ 음~~ 너무맛있다!
우리 나중에 이거 팔아도 되겠어~~!
신혼여행때 뉴욕에서 먹었던 브런치보다
훨~씬 맛있어! 진짜 어쩜 이렇게 만들어 ..!
오빠 : 맛있게 먹어줘서 좋으네 :)
서로를 위한 찬사를 보내면서 하하호호 웃음가득한
이 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찔끔 난다.
이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뱃속에서 낭만이도 이런 내 마음을 들었는지
톡톡 꿀렁꿀렁 맞장구를 쳐준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엔
거실 식탁엔 둘이 아니라 셋이 앉아
오늘의 프렌치토스트를 먹게되겠지.
그 상상이 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른아침 토스트빵을 신나게 들고가는
오빠의 뒷모습에서 나는 오늘도 사랑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