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오레오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말티푸 특유의 동그랗고 까만 눈으로.
나는 마치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받은 것처럼 잠시 멈칫했다.
"뭐?"
오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오레오와 함껜 한 시간이 오래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거 나 주는 거야?’
나는 커피 드리퍼를 내려다봤다.
뜨거운 물이 천천히 스며들고, 검은 액체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오레오가 먹을건 아니다.
오레오가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끔 말을 한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아침에 "잘 잤어?"라고 묻고,
산책할 때 "오늘 날씨 좋네"라고 말하고,
퇴근 후 "나 왔다~" 하고 인사한다.
오레오는 아무 대답도 안 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개들은 전부 인간의 심리상담사일지도 몰라."
우리가 혼자 있을 때 말할 상대가 되어주고,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고,
괜히 대화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대 반박하지 않는다.
오레오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냥 들을 뿐이다.
"오늘 좀 짜증 나는 일 있었어."
"요즘 세상이 왜 이러냐?"
"이 커피, 좀 미묘한데?"
그럴 때마다 오레오는 그냥 나를 바라본다.
어쩌면 ‘그러게, 세상이 참 어렵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간식은 언제 주려나’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오레오를 쓰다듬었다.
오레오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았다.
"오늘도 잘 부탁해, 심리상담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