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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May 02. 2024

'엄마'라는 사람이 말이야!

모성측정

은유작가의 '아이를 키우며 엄마는 그 나이를 두 번 산다'는 말에 공감한다. 문장이 좋아 가만 머무르다 말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세차게 두어번 흔들고는 밑줄 아래 문장을 고쳐 썼다.

'엄마를 보며 여자의 미래를 아이 또한 미리 살아본다' 고.


자의든 타의든 아이들의 기쁨과 풍요가 우선순위가 되고야 마는 일상을 엄마들은 산다. 각도를 달리하면, 오로지 '내 몸, 나의 건강'에 방점이 찍힌 삶은... 누군가의 아내였거나 엄마이기만 한 줄 알았던 '역할 중심 일상'에 명민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


함부로 깊이를 측정 당하고, 상대가 누구건 빗대어 평가받아도 좋을 것으로 규정되는 단골 메뉴가 '모성'아닌가!

일반화하기야 어렵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성취는 매우 잦게 엄마 ''이 되는 데에 반해, 엄마의 ''이 되는 일은 적다는  나의 생각이다.


보람이라도 느껴보자 싶어 열하게 덤벼들면 통제와 간섭이라 손가락질하고, 느슨한 시선으로 한 발 물러서는 용기는 방치로 치부되는 게 양육이다. 억울해 죽겠다.


태초부터 엄마라 하면 응당 해야 몫이라도 정해져 있는 걸까?

한 여자이고 개인이라 용인해 주어도 좋을 일들이  엄마라는 직함에는 해당없는지 묻고싶다.



퇴근 후 아이들에게 저녁을 챙겨주고,

나에게는 근육을 챙겨주러 집을 나선다.

'엄마라는 사람(?)'이 마주앉아 아이들과 식사를 하면 좋으련만! 이라 쓰여진 표정을 남편이 건넨들 어쩌랴.

이렇게 까지 해야하냐는 자책이 밀려오는 날이면 '그럼! 이렇게까지 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화답해주자. 친절함도 다정함도 죄다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나는 믿으니까.

잠도 근력도 부족해지는 순간 예민함을 수반하고, 몸이 건강하지 못한 애미가 정신력 하나로 버티며 쓰러지는 순간까지 정성과 사랑을 베풀리라는 기대는 넣어두자! 집어치고.



아침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맨 처음 마주하는 엄마의 모습이 읽거나 쓰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피곤한 날이면 연기라도 하는 게 나다.

책 좀 읽어라~ 잔소리하는 에너지를 쓰는 것 보다 백배천배 간단한 일이니까. 그덕에 다행히 그만 읽고 자라는 잔소리는 웃으며 하는 복을 얻었다.

이렇게 미러링효과란 대단하다. 이는 비단 독서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 운동에 공을 들인다.


엄마이기 전에 한 여자로 살아갈 두 딸이, 먼훗날 가정을 꾸렸을 때 본인의 삶이 엄마의 삶으로 인해 뒷전이 되지 않기를.

나의 건강과 여자의 삶을 관리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부디 당당하기를. 나는 바란다.


매일 저녁 시간을 쪼개어 땀을 내고 오는 엄마의 일상도 본인들의 것만큼 귀하고, 가족 중 누구의 것보다 우선되어도 좋다는 사실을 아는 자녀로 성장하기를.



어머니가 결코 가지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나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어?

[욕구들]에서 작가 캐럴라인 냅이 딸의 목소리로 묻듯이. 어린아이 조차 '여자'의 것을, '엄마'의 것을 인정해도 좋다.


운동으로, 근력으로 탄탄해진 몸이 궁극적으로 단단한 자아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많은 독자들이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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