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25

by 오롯

8월의 마지막 날. 출근을 시작했던 첫 주. 이제 다음 주부터는 아이들도 개학이라 정말이지 여름의 끝, 끝, 끝. 이 보인다. 개학은 아이들이 하는데 내가 더 싫은 이 기분은 뭔지. 안 봐도 뻔할 다시 허겁지겁 우왕좌왕할 아침들과 개학과 함께 늘어나는 교통 체증,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 학교 생활 때문이겠지. 새롭게 무언가를 도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남편의 열정도 부담스럽기만 한 건, 다 모두 아직 시작되기 직전인 탓도 있으리라. 폭풍 전야 같은 느낌. 저 저 바닥 끝까지 침전해 버릴 거 같은 기분.


무언가 익숙한 다정함을 읽고 싶어서 유희경 시인의 산문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다시 집어 들어 읽다 그의 서점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아주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고, 그의 8월 31일 자 출근인사를

읽다 화들짝 놀랐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마치 그와 비밀스럽게 마음이 통했던 거 같아, 친구라고 불릴 수 있는 무리에 낀 거 같아 들떴고, 어이없을 정도로 위로가 됐다. 나는 그의 일상이, 그리고 그의 서점이 진심으로 안녕하길 바란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며칠 뒤 강연이 있어 자료를 만들다가,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꺼냈다. 내 두 번째 산문집이다. 필요한 대목을 찾으려 뒤적이다가 한참 읽고 말았다. 책상 서럼을 정리하는 사람처럼, 꼭 그렇게. 책 속에 나는 참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나는 그가 부럽다. 나는 이때의 내 진심을 알 것 같다. 그래서 부러운 것이다. 그러나 내 진심이야 타인은 알 바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이 책의 가치는 진심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젯밤 나는 이 책이 하나의 코드가 아니겠는가 싶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지금 서점 음악 중인 영화 『시네마천국』의 메인 테마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악은 내게, 영화의 내용보다 영화 상영 당시의 시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아마 동시대의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심정일 거라고 짐작한다. 이 책이 가진 특별한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위트 앤 시니컬 입장에선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로 친구가 결정되지 않을까. 절친하다면,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읽었을 것이다. 우습지 않은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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